▲ 김원진 작
▲ 김원진 작

전시장 1층 감정과 기억의 조각들이 수많은 중복된 선이 돼 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이는 대상에서 조각을 잘라내어 과거 회상의 매개체로 기억을 축적하는 김원진 작가의 신작들이다.

김원진 작가는 “시간이 지난 뒤 과거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모인 대상을 보며 떠오르는 그 시간의 풍경과 상황들을 종이에 그린다. 그리고 이를 시간의 단위로 나누듯 얇고 긴 조각들로 자른다. 이것은 특정 순간에 낚아챈 조각”이라며 “기록된 것과 기록된 것의 뒷면의 흔적을 반복 교차해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마치 오류가 발생한 풍경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높은 층고가 인상적인 전시장 1.5층에는 삶에서 경험한 모호한 경계의 지점에 있는 순간을 바라본 어느 작가의 시선이다.

최은혜 작가는 사라져 가는 것들, 일시적인 빛의 움직임들, 풍경의 추상적 인상 등 모호한 순간들과 자신의 기억을 결합해 화면 안에서 여러 층위의 레이어된 색면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실재했던 것과 기억하는 것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특정한 시간의 형태와 색채를 통해 재구성된다.

▲ 오유경 작
▲ 오유경 작

작품과 통창 너머의 환경을 이어주는 2층 전시장에는 다양한 모양이 어우러진 대형 작품이 아름다운 조형미를 발산하고 있다.

현대 미술의 거장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에게 사사한 오유경 작가는 삶의 순환, 자연의 섭리와 같은 비물질적인 부분들을 돌, 나무, 메탈, 크리스탈 등 물질적인 재료를 가지고 표현하고 있다.

오 작가는 “2개 이상의 물체가 서로 연결돼 상호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물체만으로는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연결돼있는 모든 물체의 상태를 같이 설명하는 것만이 가능한 것 같다”며 “나는 내게 보이고 느껴지는 이러한 현상들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고 설명했다.

3층 전시장에는 캔버스 화면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통로로 보고, 신비로운 색으로 기운생동하게 자신의 공간을 그려내는 김미영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작품에서 보이는 특유의 색점들이 주는 시각적, 촉각적 경험은 관람자들이 작가의 기억과 경험속에서 내뱉어지는 사적인 차원의 구체적 공간을 추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각자의 기억을 다양한 구성원리로 표현하고 있는 추상작가 4인전 ’Layer by Layer‘이 다음달 27일까지 갤러리CNK에서 열리고 있다. 4개의 층으로 나눠진 서로 다른 분위기의 전시공간에 설치되는 4명 작가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들이 점, 선, 면, 구와 같은 조형 요소들로 시간의 흐름이 중첩되고 층층이 쌓이며 묵직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감각을 보여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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