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평론가/ 송국건TV 대표

주 3회 재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지난 금요일 법정 앞에서 기자들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핵심은 두 가지. 재판 출석 부담감과 아내 김혜경 기소의 부당성(?) 강조였다.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당 대표가 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이 우리 국민이 보기에 참으로 딱할 것” “제 아내는 7만 몇 천 원 밥값 대신 냈다는 이상한 혐의로 재판에 끌려다니고 있다.”

‘국민 보기에 참 딱할 거다’는 모든 재판이 검찰의 정치 수사 때문이란 의미로, 지지층에 호소하는 말이다. 같은 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이재명의 정치적 텃밭이자 각종 비리 의혹의 무대인 성남시를 찾아 “나는 여기 왔고, 이재명은 법정에 있다”라고 외쳤다. 이재명으로선 치욕적인, 최악의 장면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번 달에만 5번 더 재판에 나가야 하므로 ‘정치보복’ 프레임의 나사를 한 번 더 조일 필요가 있었다.

‘김혜경 7만 원’은 대선후보 경선 때 민주당 의원 부인들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밥을 사줬다는 얘기인데, 얼핏 들으면 그게 기소 감이 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혐의는 공직선거법에서도 특히 엄격하게 다루는 기부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다. 공범인 5급 공무원 출신 배모도 유죄가 확정됐다. 전직 7급 공무원 조명현이 폭로해서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1천만 원어치 과일’ ‘일제 샴푸’ ‘쇠고기 10인분’ 등과는 별개의 사건이기도 하다.

이재명이 말 폭탄을 쏟아낸 날 법정에 선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지난 대선 때 고(故) 김문기를 몰랐다고 잡아떼고, 백현동 개발부지 4단계 용도 상향이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거짓말한 혐의다. 이른바 ‘허위 사실 공표’인데, 이재명은 이미 같은 혐의로 재판받은 전력이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친형 강제 입원 등을 놓고 거짓말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는데, 당시 대법관 권순일과 대장동 주범 김만배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져 있다.

선거철마다 허위 사실을 공표한, 즉 거짓말을 한 이재명은 이번 총선이 끝나면 같은 범죄사실로 또 수사받고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두 건의 고소·고발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은 전직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이 양평의 ‘김건희 일가 땅’이 있는 쪽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확 바꿨다’라고 했다. 이에 원희룡은 “내 취임 전 결정 된 일”이라며 고발했다. 이재명은 또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우택의 ‘돈 봉투 CCTV’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단수 추천’한 건 “뻔뻔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우택은 단수 추천이 아니라 경선을 거쳤다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정우택 건에 대해 이재명은 빛의 속도로 두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정우택에겐 “저의 발언은 ‘착오’에 기인한 실수이므로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에겐 “저의 과실이 분명하므로 정중히 사과드리며, 향후 발언에 있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썼다. 숱한 논란에도 사과에 인색한 이재명의 이례적 대응이었다. 과거 두 번의 선거에서 ‘거짓말’로 재판받았고, 대선 건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의식한 수습 차원이었다. 대신 ‘착각에 기인한 실수’라는 문장을 넣은 건 추후 선거법 위반 수사와 재판에 대비한 장치다.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변하려는 것으로, 변호사이기도 한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생존본능이다.

이재명은 지금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모든 걸 잃는다. 총선에서 다시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이 날아가고, 당 대표 자리도 내놓아야 한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니, 당분간 대권주자 대열에 끼지 못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대선 때 보전받은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하므로 재정파탄을 피할 수 없다. 법원은 6개월 안에 끝내야 할 선거법 1심 판결을 18개월 동안 끌고 있다. 이재명 개인 뿐 아니라 정통 진보좌파 정당의 존폐가 걸린 엄청난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재판을 미루고 미루던 재판장이 사표를 던지며 “자유를 얻었다”라고 했을까. 이 상황에 모든 책임이 있는 이재명이 선거철이 되자 또 허위 사실 공표를 남발하고 있다. 이 건이 기소되면 또 ‘정치 수사’ 타령을 할 게 분명하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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