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콜렉션 대표 화가

▲ 김진혁 학강콜렉션 대표 화가
▲ 김진혁 학강콜렉션 대표 화가
누드와 청춘의 아트메타포

봄이 왔다. 입학과 개학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춘삼월 호시절' 이라는 말, 여기서 춘삼월은 음력을 지칭하나 일찍 다가온 호시절을 말한다. 생각해보니 가슴벅찬 시절은 질풍노도의 새내기 대학생때 일 것이다. '77학번으로 회화과에 입학한 필자는 본격적인 전공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보냈다. 대명동캠퍼스 목조건물에서 교양수업을, 실기수업은 경산캠퍼스의 황량한 들에 자리잡기 시작한 강의실에서 배움을 가졌다. 그시절은 막걸리와 다방문화가 대세인지라 시내의 길다방,수다방,석벽 등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스케치북에 드로잉을 하며 이중섭화가 처럼 멜랑콜리한 폼을 잡았다.

유신의 박정희 정권 시절이라 오후녁 다방에 모여 잡다한 사설을 늘어놓고 문화예술에 대하여 논했다. 밤이 되면 막걸리집에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장단을 맞추기도 한 낭만시대였다. 그러다보면 12시가 되어 통행금지에 걸릴 새라 골목으로 몸을 사리고 집에 온 기억이 난다. 경찰에 걸리면 꼼짝없이 파출소에서 새벽까지 감금 아닌 감금이 되어 나온 경험을 가지기도 했다.

젊음이란 특권으로 무엇이든지 닥치면 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진 때였다. 실기시간에 누드드로잉이 개설되었다. 첫시간이 되어 벌벌떨면서 엄숙하다 못해 적막강산으로 3시간이 지났다. 남여동기들도 처음 접한 누드수업은 경직되어 자유로운 인체표현은 되지않고 망망대해에 나아가는 경험이었다. 모델 보는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맨몸이 민망하여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정신없이 흘러갔다.

당시 청년문화는 청바지와 장발로 상징 되었고 날마다 중앙로에 모였다. 떠들고 웃는 시공간속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불안한 미래를 떨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다. 여름에 자그마한 공동화실도 마련했다. 친구와 함께 앞산 아래 2층건물에서 작업을 하며 획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서구에서 70년대 중반에 억압된 사회구조를 일탈하고자 반항의 문화인 스트리킹(Streaking)이 시작되었다.

한국도 영향을 받아 서울과 지방에 몇사람이 시도했다고 언론에 나왔다. 동료와 함께 우리도 이것을 현대미술의 이슈로 만들어 보고자 '달리는 누드이벤트'를 계획하였다. 밤거리 앞산도로를 100미터 질주하는 의견이 나왔다. 가능할까? 만일 신고되어 경찰에 붙잡히면...하고, 복잡한 토론이 오가며 미완의 실행이 되기도 했다.

몇년 후 현대미술가 박현기를 비롯한 극소수 작가들이 누드퍼포먼스와 개념작업을 시도했다. 이처럼 세상에 무서울것 없는 청춘은 우리들의 아트메타포를 치른 소중한 일상이었다. 즉 이런 요소들이 모여 결국에 자신의 행로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듬해는 '전개그룹' 이라는 현대미술단체에 가입하고 작품을 발표했다. 10여명의 멤버로 평면,입체,설치,행위표현을 선보였다. 지금은 다들 원로중진으로 한국과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영진,이현재,도지호,김정태,김영세,백미혜,노중기,권영식,한용채,이교준,김진혁 등으로 70년대에 만나서 간직한 기억을 회상하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삼월의 시작이다.

▲ 행위이벤트 무제(79현대미술제)
▲ 행위이벤트 무제(79현대미술제)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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