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정치권도 정 회장 사퇴 ‘한목소리’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했지만, 후폭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가장 큰 책임을 안고 있었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협회가 감독 경질 결정으로 이번 사태를 일단락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지 1년 만이다. 한국 축구의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지적에 정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협회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회장으로서 (해임 위약금 해결을 위해) 재정적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장직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며 “회장 임기를 3연임까지 제한하도록 정관을 바꾼 적이 있으나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임 제한이 없으니 4선 연임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아 세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아시안컵 우승 불발과 선수 간 내분 등으로 대표팀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 대해 협회의 수장인 정 회장이 금전적 기여 외에 거취를 걸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저조한 대회 성적이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국민적인 비판을 받을 때마다 감독이나 협회 이사진 일부만 변경되는 일이 반복되자, 이번에는 정 회장이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하던 날, 축구회관 앞에선 임원 회의가 시작된 오전부터 기자회견이 끝난 늦은 오후까지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팬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축구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인 붉은악마도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숨바꼭질 중입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축구협회는 왜 퇴보의 길을 넘어 붕괴의 길로 가는가? 정몽규 회장 이하 지도부 중 왜 책임을 지는 이 하나 없는가?”라고 비판하며 정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축구전문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협회가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책임을 다하려면 정 회장 사퇴를 통한 ‘쇄신’과 ‘새판 짜기’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책임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져라. 장기집권 했으니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으며,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용호 의원도 “축구협회도 정몽구 회장의 사퇴를 포함해서 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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