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에 처한 대구약령시 재도약을 위한 전향적 발상들이 적극 도입돼야 할 시점이 왔다. 3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구약령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약령시이며 2004년 한의약 분야 최초로 한방특구로 인정받은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2년 말에는 에코한방웰빙체험관이 폐지되고 한방특구 해제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등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약령시보존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중구 약전골목에 위치한 약령빌딩을 철거하는 대신 공원과 버스주차장 등의 조성을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존위원회는 건의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박물관 앞에서 약령시 축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약령시 홍보가 더 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는 약령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이지만 예산 소요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를 밝히고 있다. 계획되지 않은 예산이 특정 사안에 사용된다는 건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약령시의 소멸 위기를 더 이상 두고 봐서 안된다는 점과 동성로 르네상스의 성공적 안착이란 차원에서 전향적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올해 본격 시작될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쇠락한 동성로 상권을 부활시키고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한해 50만명 이상 찾는 근대골목투어 인기에 비춰보면 성공이 예견되는 프로젝트라고 하겠다. 특히 근대골목투어 핵심 볼거리 상당수가 약령시에 포진돼 있다는 점은 약령시 재도약이 곧 동성로 르네상스의 성공과 맞물린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이 이어진다면 향후 지역경제에 미칠 시너지효과는 기대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약령시의 경우 문화관광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 시설 증개축 등 하드웨어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것이다. 우선은 보존위원회, 한방특구 운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대구약령시는 오래된 한약시장을 넘어 지역의 중요한 문화관광 자원으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더욱이 대구약령시의 존폐는 우리 고유의 한방문화자원 존폐와 그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김승근 기자 ks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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