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협회장 공석 이어져 6개월 가까워져||계속된 잡음에 별다른 발전 없이 시간만

▲ 대구미술협회 로고
▲ 대구미술협회 로고
대구미술협회(이하 대구미협)를 향한 지역 미술인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60년 넘는 전통을 가진 대구미협은 현재 역사상 처음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협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한 ‘공석’을 두고 회원 간 내부 분열로 빚어진 안타까운 결과물이다.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지 어느덧 6개월. 지역작가 2천600여 명을 아우르며 아트페어, 전시회 등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대구미술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이어오던 대구미협이 회장 선임 문제로 좌초하고 있다는 것이 대내외의 씁쓸한 평가다.

알력 싸움은 이번 뿐 아니다. 여러 미술작가를 아우르는 만큼 역대 협회장 자리를 놓고 오랜기간 세력 다툼을 이어와 이번 법적 공방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갈등의 시작

당초 ‘수장을 누구로 앉힐 것인가’를 두고 갈등은 시작됐다.

회원들도 처음 겪는 수장의 갑작스러운 유고에 명시된 정관이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

이를 두고 ‘보궐선거를 열자’는 쪽과 ‘수석부회장이 직무대행을 이어가자’는 쪽으로 협회원들의 주장이 나눠졌다.

정관 해석에 따라 ‘보선을 개최하자’는 회원들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보궐선거를 통해 전임회장의 남은 임기를 새로 선임된 수장이 이끌어나가자는 주장을 내세웠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탓에 수석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새로운 수장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었던 이유에서다.

‘수석부회장이 직무대행을 이어가자’는 후자의 주장은 현 체재를 유지하기 위한 집행부의 주장이다.

협회장과 함께 선출된 부회장들 역시 제대로 된 역량을 1년도 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현 집행부와 뜻을 달리하는 인물들이 협회장으로 출마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계속된 잡음 속에 현 집행부는 지난 2월께 ‘보선’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으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또다시 불거진다.

보선을 이사들만이 투표하는 ‘이사회’를 통해 치르기로 한 때문이다.

집행부는 지난 3월 법적 자문 등을 거쳐 이사회를 통해 보선 예정일을 잡고, 단독 출마한 노인식 수석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는 등 발 빠르게 협회장을 앉혔다.

하지만 선출과정을 문제 삼은 일부 회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보선 방식이 현 집행부의 특정인을 선출할 가능성이 큰 ‘노골적인 방식(이사회)’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송전으로 치달은 대구미협 사태

대구미협은 초유의 법적 싸움 중이다.

정상화추진위가 법원에 ‘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및 이사회를 통한 보궐선거 개최를 문제 삼는 소송(이사회 결의 무효소송)을 했기 때문.

최근 법원은 협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인용 판결을 내렸으며, 노인식 협회장의 직무는 지난 1일 정지됐다. 도병재 수석부회장이 수장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노인식 협회장 역시 이의 신청을 하는 등 법적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결국 그간의 갈등으로 6개월이라는 시간이 허송세월이 됐다는 평가다. 알력 싸움만 벌어진 채 미협 내에 별다른 발전적 소득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

이 때문에 회원들은 대내외적인 행사에서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립성을 띄었던 한 회원은 지난한 과정을 두고 “집행부의 욕심이 지나쳤다”며 “22대 회장이 돌아가시고 바로 보선만 열었어도 차기 회장으로 당연하게 뽑혔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또 한 회원은 “역대 회장들 역시 이견을 보이며 이 같은 사안에 말씀을 주거나 나설 어른(고문)이 없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면서 내년까지 정상적인 업무 궤도에 오르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주된 업계 평가다.

다음달 중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본안 판결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치 상황이다.

대구미협 정상화위는 최종 판결 전 보선 일정을 빠른 시일 내로 잡을 것을 요구하는 반면, 집행부 측은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추후 일정을 논의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다.

한 미술 관계자는 “누가 수장이 되든지 간에 이러한 갈등이 종지부를 찍고 최대한 빨리 공석을 채워야 한 해의 계획이 정상적으로 나아가지 않겠냐”면서 “이 때문에 대구미술계에 큰 역할을 해오던 미협의 정체성과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