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새 전체 택시회사의 20%가량 도산||택시 과잉공급으로 시장질서 붕괴, 운송원

▲ 대구 동구에 있는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택시들이 들어서 있다.
▲ 대구 동구에 있는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택시들이 들어서 있다.
#1. 50년 전통의 대구 북구 소재 A택시는 최근 대구시에 운수면허를 반납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택시회사는 경영난에 처하면 보통 휴업에 들어가거나 감차를 통해 사업 규모를 줄이는데, 폐업을 선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때 87대에 달했던 A회사 소속 택시는 결국 시민 혈세로 전부 감차됐다.

#2. 대구 달서구지역 최대 택시회사인 B운수는 최근 대구시에 운수면허를 2개나 반납했다. 그동안 B운수는 3개 회사 180여 대 규모로 운영됐지만, 코로나19 등 끝없는 악재 속에 결국 회사 규모를 대폭 줄이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대구 택시업계에 ‘도미노 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지역 택시회사 수는 84개다.

2013년 102개 회사에서 10년 만에 약 20%(22개)가 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택시회사 도산이 드문 소식은 아니지만, 이처럼 연쇄적으로 도산이 발생하고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게 꼽힌다.

대구 택시업계가 타 지역보다 유독 더 어려운 이유는 택시 과잉공급 때문이다.

2020년 9월 발표된 택시총량제 산정 결과에서 대구지역 택시는 적정량(1만757대)보다 약 33.7% 많은 1만6천232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특·광역시 중 독보적인 1위로, 2위 부산(19.1%), 3위 광주(17.4%)와도 격차가 크다.

시장에 택시가 과잉 공급돼 있다 보니 기사들의 운송수익에도 한계가 있고, 이는 곧 회사의 수익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기사들의 업계 유출이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대구 법인택시 5천656대 중 2천여 대가 기사를 구하지 못해 강제휴업 상태다. 5대 중 2대가 놀고 있는 셈이다.

가파른 운송원가의 상승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류비와 최저임금의 폭발적인 상승이 뼈아프다.

2020년 3월 기준 710원 대였던 LPG 가격은 지난해 한때 1천200원 대에 육박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신교통 김준홍 대표는 “지난해 기름값(LPG)으로만 4천400여만 원을 지출했다. 2021년 2천500여만 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며 “최근 물가 상승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운송원가 상승을 보전하기 위해 6년 만에 시행된 택시요금 인상도 부제 해제와 함께 빛을 바랬다.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4천~5천 대의 택시가 도심에 추가로 풀리면서 기사들의 운송수익은 요금 인상 전보다 20~30%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가입한 호출 플랫폼도 업계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현재 대구 전체 택시회사(84개) 중 과반(50여 개)이 ‘카카오T’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대당 월 20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와 배차 차별까지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업의 횡포에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서덕현 전무는 “도산한 회사는 물론 부채 정리가 안 돼 도산 못하는 회사가 상당수라고 들었다”며 “대구로택시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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