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철거 결정이 전해진 대구백화점 본점 자리에 초고층 호텔 건립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7월 잠정 휴업에 들어간 이후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등의 개발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개발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구 최대 번화가 동성로에 입지한 상징성과 50년이 넘게 대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역사성 등으로 인해 그동안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의 개발 방향은 시민들의 관심사였다.

지자체와 지역 부동산·유통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대구백화점 본점을 매수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건물 철거 후 이 자리에 최고급 호텔이나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합쳐진 레지던스 개념의 상업 시설을 건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이 업체가 대백 본점 건물 주변의 일부 토지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건물 건립에 필수 절차인 교통영향평가에 대비해 차량 진출입로 확보 차원에서 매수한 것이란 구체적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백 본점 터는 현재 중심상업지구에 있어 최대 1천300%인 용적률을 적용할 때 49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대백 본점을 매수한 부동산개발업체는 주로 주상복합 시행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백화점 본점 터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의견이 있었다. 대백이 동성로의 인구 유인 기능을 했던 만큼 유사한 유통 업종이 들어서야 한다거나, 대구의 상징성에 맞는 건물이 건립돼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 여론은 동성로 상권이 근처 국채보상로 상권과 연동돼 있는 만큼 대백 터 개발 방향은 대구 원도심 전체의 상권 및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구백화점 본점의 쇠락은 대구 경제의 현실과도 궤를 같이한다. 1969년 12월 동성로 중심부에 당시로선 고층인 10층짜리 건물을 짓고 영업을 시작한 대구백화점은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90년대 후반 들이닫친 IMF를 기점으로 지역경기 침체와 함께 하향세를 그렸고 2000년 이후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의 대구 진출로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했다. 현재 대구 원도심은 시청 이전 결정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백 터 개발 청사진은 이 일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와 관할 중구청은 개발사와 논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지역 여론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교통·환경 문제 등은 당연히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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