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위산역류 방심 금물…장기치료가 중요

발행일 2022-01-25 11:24: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권용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신년회 등의 각종 모임이 줄었지만, 과거 이맘때면 많은 사람이 과음이나 과식 후 수면 중 발생하는 쓰린 듯한 가슴통증과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가슴통증의 원인이 심장과 관련된 질환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며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역류성 식도염이 원인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내시경 검사와 약물 치료를 받은 적도 많을 것이다.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면 가슴앓이나 역류에 의한 식도점막 손상 등의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을 일반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한다.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PH가 1.5~3.5이며, 0.5%(5천ppm)의 염산과 대량의 염화칼륨, 염화나트륨으로 돼 있다.

이 물질들은 주로 음식물이 들어왔을 때 펩신과 함께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위산은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는 여러 세균으로부터 장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방어기전으로 작용한다.

위의 점막은 강한 위산으로부터 손상을 받지 않고자 위에서 분비되는 점액과 중탄산이온 등의 여러 방어기전을 통해 위산과 위점막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인접한 식도의 경우에는 이러한 방어기전이 덜 발달돼 위산 및 위 내용물의 역류에 의해 대표적인 증상인 가슴 쓰림 등의 비특이적 가슴통증과 역류가 발생한다.

이 밖에도 만성 기침, 쉰 목소리, 목의 이물감, 흉통, 기관지 천식 등과 같은 식도 외 증상도 흔히 발생한다.

따라서 다른 질환과 구별하는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적인 사람에서도 역류는 가끔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증상이 일주일에 2회 이상 지속된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하고 치료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식도와 위 사이에 식도괄약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 내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상인의 경우 음식을 삼킬 때와 트림할 때만 식도괄약근이 열린다.

반면 식도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하거나 부적절하게 열리면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로 거슬러 올라온 위산의 자극으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생긴다.

만성적으로 위산 등에 노출될 경우 내시경에서 위식도접합부의 점막 손상이 발생하며, 식도 궤양 및 협착 등은 물론 식도의 선암 등이 생길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일종의 선진국형 질병이다.

서양에서는 인구의 20~40%가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변화, 헬리코박터 감염률의 감소 등으로 인해 최근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보고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2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의 특성은 완치가 없고, 대부분 평생 증상의 반복을 경험하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검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위산억제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위산을 적절히 억제했을 때 증상이 호전될 경우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증상이었다는 것을 유추하는 방법이다.

다만 진단적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어서 최근에는 이러한 진단을 잘 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시경으로 인한 진단 방법이 널리 이용되는데, 내시경 상에서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분의 점막 손상을 확인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함에도 정상 내시경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 등 다른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의 초기 치료로 프로톤펌프억제제 또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등의 위산분비 억제제를 표준용량으로 4~8주간 투약하는 방법이 있다.

초기 치료로 증상이 없어지는 비율은 역류성 식도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85~90%에 달하지만, 내시경 검사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확인되지 않는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에서는 50~60%로 낮아진다.

이 같은 경우에는 역류성 식도염의 가능성과 함께 기능성 소화불량증 및 식도 내장 과민성이 함께 동반됐을 확률이 높으므로 항우울제 등의 약제를 함께 투여해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또 투약으로 증상이 완전히 호전됐다고 하더라도 투약 중단 후 증상 재발이 매우 흔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투약이 필요하다.

환자에게서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는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 체중감량이 도움이 된다.

금연 및 카페인이 든 커피 등 음료의 섭취량을 줄이거나, 눕거나 잠들기 전 늦은 식사를 회피하는 등의 생활 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대부분의 경우 위산억제제의 유지요법을 고려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환수년 이상 지속적인 양성저펌프억제제 투약이 필요한 환자나, 위산분비억제제 투여로 증상이 조절되기는 하지만 약효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항역류 수술이나 내시경적 괄약근 고주파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도움말=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권용환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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