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꼭 30년 됐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 문제는 여전하고 그 폐해는 더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사람과 돈은 수도권에 몰렸다. 수도권 집값은 폭등했다. 사람과 돈이 떠난 지방은 구렁텅이에 빠졌다. 수도권은 폭발 위기고 지방은 소멸 위기다. 수도권과 지방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제 수도권 일극체제를 안 바꾸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기존의 대책은 한계를 드러냈다.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해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실행해야 한다.

대구의 1인당 GRDP 28년째 전국 꼴찌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대구의 순유출 인구는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다. 출생아 수도 더욱 줄고 있다. 전국 89곳의 시·군·구가 ‘인구감소 지역’이다. 이중 경북이 16곳으로 가장 많다. 대구 남구와 서구도 포함됐다. 대졸자 취업률은 수도권에 훨씬 못 미친다. 지방은 고사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접근성을 내세워 지방을 외면하고 있다. 문화 균형발전을 바라며 지방 유치를 건의한 이건희 미술관은 결국 서울로 갔다. K-바이오 랩 허브는 인천이 낙점됐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도 경기 용인에 설립키로 결정됐다. 되레 수도권 가속화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노무현 정부 이래 모든 정부의 국정 과제였다. 입만 떼면 균형발전이고 지방분권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수도권은 더 비대해졌다. 지방은 쪼그라들었다. 지방의 도로와 교통 등 SOC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했다. 그러나 인구 유입은 실패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문화여건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대선 정국을 맞아 지방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입법을 주장했다. 대선 후보들도 동조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가 과제로 규정했고 가용 자원의 지역 우선 배정과 권한 이양을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이 지방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실행의지다. 인구감소와 부동산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도 궁극적으로는 지방이 살아나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대선 후보는 물론 국정 책임자는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해결에 두고 정책을 펴기를 바란다. 지방 없이는 나라도 없다. 달라진 지방 정책과 시각을 기대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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