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남구 캠프워커 반환부지에서 담장 허물기 행사 열려||담장 너머 대명5동 마지막 원주
70년 가까이 한 자리에 살면서 이젠 애증의 증인으로 남게된 대구 남구 대명5동 ‘최후의 원주민’ 차태봉(81)씨 이야기다.
차씨는 6·25전쟁 당시 열 살 때 그의 가족과 함께 대명5동에 정착했다. 이사 온 집이 하필 헬기장 담장 바로 옆이었던 게 캠프워커와 악연의 시작이다.
그를 비롯한 대명5동 주민들은 한평생 미군 부대를 이·착륙하는 헬기 소음 피해에 시달렸다. 귀를 찢는 굉음과 진동에 주민들은 신경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소음 피해가 계속되면서 40여 가구에 달했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어느덧 그 혼자 남았다.
수십 년간 오매불망 바라왔던 일이 드디어 현실이 됐지만, 차씨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담장 허물기 행사 이틀 후인 12일 67년간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남구 전역을 뒤덮은 재개발 열풍은 차씨가 거주하던 대명5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캠프워커 반환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원주민들의 퇴장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차씨는 “수십 년간 고통에 시달리다 이제 좀 편해지나 했지만, 재개발 열풍이 불면서 정들었던 주민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주민들과 눈물로 헤어졌다”면서 “덧없는 인생인 것 같다. 정들었던 캠프워커 부지에도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10일 캠프워커 반환부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조재구 남구청장, 쇼혼 미 육군 대구기지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담장 허물기 행사를 진행한다.
캠프워커 반환 부지에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대구대표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3차순환도로 건설과 함께 평화공원,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도 추진된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