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고드름은 자연의 순리인 기다림의 작업”…노열 개인전, 22일까지 환갤러리

발행일 2021-12-09 09:27:0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 정도로 맺힌 물감 여러 차례 반복을 통해 고착돼

노열(NO YEOL) 작, FLOW-JULY.
“인간은 순리, 흐름대로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야 합니다. 불안, 초조한 감정은 모든 인간에게 당연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조화롭게 맞춰지는 것입니다.”

개인전 오프닝에서 만난 노열 작가가 이같이 설명했다.

노열 개인전 ‘FLOW-DECEMBER’가 오는 22일까지 환갤러리(대구 중구 명륜로 26길 5)에서 열린다.

노 작가는 느림과 지속, 인내와 여유를 긍정하는 시간에 대한 그의 관념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 표면으로 형상화한다. 1999년 12월31일 해가 바뀌기 바로 전 심경의 변화로 자연의 흐름을 추구하는 작품을 20년 이상 해오고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캔버스 전면에 골고루 여러 번 물감을 칠한 후 뒤집어 수평으로 걸쳐둔다. 이내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듯 아래로 물감이 일제히 떨어진다.

처음엔 겨우 1% 정도로 맺힌 물감이 여러 차례 반복을 통해 자연의 법칙 즉 중력에 따라 고착된다.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물감 고드름은 이와 같은 행위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형성되는 기다림과 느림의 작업인 것이다.

그의 작업은 비스듬하게 눕혀 놓은 캔버스 위로 인간의 손길이 작용하고, 동시에 한참 동안 자연의 손길과 처분에 따라 완성된다. 인위적이지만 자연적인 것이다.

그의 호흡이 맻히는 흔적과 고드름은 새로운 의미가 막 드러나려는 그 순간의 기록이 작품이 된다.

조금씩 성장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완성되는 인위적인 형상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지나칠 수 있는 현재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추구하는 마름모 형태의 전시 방식도 의미가 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한 우리의 불안정한 마음을 사선이라는 상징성으로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노열 작가는 “수직, 수평이라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벗어나고자 사선으로 흐르는 형태의 물감 고드름을 만들었다”며 “사선, 모서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 편안함에서 벗어나 긴장,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사람마다 항상 그 속에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문의: 053-710-5998.

노열 작
노열 작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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