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구·경북 한바퀴〈34〉대구-고령 시골 여행

20세기 들어 대구지역은 한국의 주요 도시로 성장하면서 ‘대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1970~1990년대 서구 염색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섬유산업의 꽃을 피웠고 2000년대 들어서는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발전했다. 2010년대에는 대구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가 조성됐다.

중구 동성로와 수성구 범어네거리 등에는 높은 빌딩 숲 속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연경관 및 문화유산을 즐기고 힐링하고자 지역 곳곳을 둘러본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훨씬 따뜻하고 정감 어린 풍경이 대구에 존재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달성군에서 고령으로 이어지는 ‘도심 속 시골 여행’으로 떠나보자.

이번에 소개할 대구~고령 여행 코스는 화원동산~마비정벽화마을~화원자연휴양림~대가야박물관~고령 지산동 고분군~개실마을이다.

▲ 화원동산 내 있는 피아노 형태의 장식품.
▲ 화원동산 내 있는 피아노 형태의 장식품.
◆도심 속 꽃동산

화원동산은 낙동강변 성산에 자리한 유원지다. 이름 그대로 ‘꽃동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지막한 산 위에는 옛 토성의 흔적이, 산 아래는 고분군이 있다. 성산에 자리 잡은 토성은 신라 선덕왕 때 축조한 것으로 그 모양이 잔과 같이 생겨 ‘배성’, ‘잔뫼’라고도 불렸다. 배성 주위에는 분수대와 동물원, 물놀이하기 좋은 야외수영장이 있다.

버드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르면 달성습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달성습지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보호구역이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낙동강 전체를 볼 수 있다.

오리전기차를 이용하면 매표소에서 약초원, 동물원, 피아노계단을 거쳐 전망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하행선은 편백나무숲, 피아노계단, 수변을 지난다. 운행 소요 시간은 약 20분이다.

화원동산 입장료는 무료다. 오리전기차의 이용료는 평일 어른 3천 원, 어린이 2천 원이며 주말·공휴일은 어른 4천 원, 어린이 3천 원이다.

▲ 마비정벽화마을 전경.
▲ 마비정벽화마을 전경.
◆성산 이씨 집성촌

성산 이씨 집성촌인 마비정벽화마을은 달성군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리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1960~1970년대 정겨운 농촌 풍경을 테마로 벽화를 그린 마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곳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설화가 지명이 됐다.

옛날 마고담이라는 장군이 마을에 화살보다 빨리 달리는 수말 ‘비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다. 암말 ‘백희’를 비무로 착각한 마고담은 건너편 바위를 향해 활을 쏘고, “화살보다 늦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백희는 약초를 구하러 간 비무 대신 달렸지만 화살보다 늦게 도착했고 화가 난 마고담은 백희를 베었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말을 불쌍히 여겨 ‘마비정’을 세우고 추모했다.

마비정벽화마을에는 ‘사랑나무’도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리목과 연리지가 결합한 형태로 수령 100년 된 돌배나무와 느티나무 몸통이 붙어 자란다. 수액을 나눠 먹으며 자라서 사랑나무라 불리게 됐으며 이 때문에 연인들이 찾는 필수 코스가 됐다.

마비정벽화마을에는 농촌체험전시장이 있어 종이 공예, 비즈 공예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이곳을 들렸다면 추억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벽화마을에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어묵은 물론 옛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먹어본 ‘쫀드기’도 맛볼 수 있다.

또 마을에서 직접 만든 두부, 찰옥수수, 옛날 핫도그뿐만 아니라 잔치국수, 칼국수, 술빵도 판매한다.

▲ 화원자연휴양림 전경.
▲ 화원자연휴양림 전경.
◆산이 주는 특별한 힐링

2010년 개장한 화원자연휴양림은 도심 가까이 있고 숲과 계곡이 좋아 ‘피서지’로 유명해 매년 여름마다 북적인다.

여름 이외에 계절에는 등산객이 주로 찾는다. 비슬산 능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휴양림 입구에 널찍한 평상이 마련돼 가족과 도시락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휴양림 내 있는 유아숲체험원은 어린아이들이 숲을 체험하며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이다. 사전 예약을 하면 숲해설가와 함께 탐방도 가능하다.

휴양림은 ‘풍경 따라 오르는 숲’, ‘솔 향 따라 걷는 숲’ 등을 주제로 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자락에는 산책로와 등산로, 트레킹 코스, 삼림욕장이 개설됐다. 숙박객을 위한 족구장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집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숙발 시설은 5인용부터 15인용까지 다양하다.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은 연수나 워크숍을 위한 단체 여행객이, 숲속의집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머물기에 안성맞춤이다.

▲ 대가야역사 테마관광지 전경.
▲ 대가야역사 테마관광지 전경.
◆대가야역사 테마관광지

차량을 이용해 화원자연휴양림에서 고령 방면(약 35㎞)으로 45분 정도 달리다 보면 대가야역사 테마관광지가 나온다.

대가야역사 테마관광지는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대가야의 토기와 철기, 가야금 등 대가야의 역사를 테마로 조성됐다.

대가야가마터체험관, 대가야탐방숲길, 대가야시네마, 체험 공방 등과 통나무로 지은 대가야왕가마을, 캠핑장 등을 갖춰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기기 좋다.

특히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를 중심으로 한 고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44호분을 복원·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고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대가야역사관, 우륵과 가야금을 주제로 가야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우륵박물관 등이 있다.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 왕과 귀족의 무덤

대가야의 실체를 만나고 싶다면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산동 고분군은 봉분 수백 기가 분포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다수 고분은 대가야의 왕과 귀족의 것으로 추정된다. 능선 위로 올라갈수록 무덤이 커진다. 이는 왕권이 커지면서 더 높은 곳에 더 큰 무덤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지산동 고분군은 1906년 일본 고고학자 세키노 다다시가 처음 발굴했다. 한국 학자는 1977년 44~45호분을 조사한 것이 처음이다. 두 고분은 도굴돼 상당수 유물이 반출된 상태였지만 덧널의 규모와 배치, 잔존 유물 등을 통해 대가야 최고 지배자 계층의 고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분 사이를 걷다 보면 역사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겠다.

▲ 개실마을 전경.
▲ 개실마을 전경.
◆한국 전통의 미를 간직한 마을

개실마을은 조선시대 홍문관,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타계한 뒤 영의정에 추증된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350여 년간 살아온 집성촌이다. 이 마을에는 현재 62가구 150여 명이 거주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점필재종택(경북민속문화재 62호)부터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넘치는 기품을 느낄 수 있다. 1800년경 건립한 안채는 1878년에 중수했고 사랑채는 1812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직의 위패를 모신 사당,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도연재 등 유서 깊은 건물을 둘러보면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개실마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그네뛰기와 널뛰기, 굴렁쇠, 예절 교육, 전통 혼례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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