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일 친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대구 비산동 10대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범행을 도운 동생에게는 장기 12년, 단기 6년 형이 구형됐다. 범행의 잔혹함을 봐서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했지만 무기징역이 최대치였다.

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된 가정에서 자신들을 거두고 돌봐온 할머니에게 짐승보다 못한 짓을 했다.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에 따른 가정 부재와 생명경시 풍조가 맞물려 발생한 일이다.

70대 할머니의 잔소리가 발단이 됐다. 큰 손자는 할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할머니를 칼로 60여 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거동이 불편한 90대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의 만류로 멈췄다.

우리 사회에는 보험금을 노린 아버지와 남편 살해 미수 사건.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까지 해치려던 19세 아들 사건 등 끔찍한 패륜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조부모를 포함한 부모나 배우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존속범죄가 국내에서 연간 2천 건 이상 발생한다. 존속살해 사건 만도 매년 50건 이상 일어난다.

가족해체가 패륜범죄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조모를 무참히 살해한 10대들도 부모의 이혼으로 9년간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왔다. 반항기 많은 10대와 힘겹게 길러온 할머니 등 해체된 가정이 범죄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가정 해체와 생명경시 풍조가 결국 패륜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교육과 사회 및 가정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패륜 범죄를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고 교육부는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두 차례나 마련,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조례 제정 및 자체 인성교육에 공들이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예와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등 마음가짐과 사람됨을 핵심가치와 덕목으로 삼아 교육에 접목시키고 있지만 패륜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우리 교육의 한계다. 인성 교육이 가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 교육은 어차피 인간성과 도덕 교육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정이 문제다. 어릴 때부터 타인의 인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학원으로 달려간다. 그나마 자투리 시간은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지기 일쑤다. 가정 교육이 자리할 틈이 없다. 밥상머리 교육이 절실하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아이들의 인성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도 결손 가정 자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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