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명퇴 칼바람과 금융권 현실

발행일 2021-12-06 15:14: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역대급 명예퇴직을 예고했다. 은행 실적이 좋을 때 위로금을 더 얹어주고 구조조정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길이 착잡하다. 금융권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고육책이라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뭉칫돈을 쥐여주고 일거에 대거 물갈이하려는 의도가 지역 대표 기업으로서의 역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대거 명퇴 배경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 바탕이 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력 구조조정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실적이 좋을 때 진행해야 지출 부담이 적다. 명퇴금도 두둑하게 챙겨 줄 수 있고 희망자를 신청받기에도 유리하다. 은행 측의 주도면밀한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

DGB 대구은행은 지난달 1966년생(만 55세)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90여 명의 직원이 신청했다고 한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9년을 빼고는 거의 매년 40~100여 명의 직원들이 보따리를 쌌다.

직원 구조조정은 이제 금융권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에서 2천6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은행을 떠났다. 그동안 인터넷 뱅킹, 폰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이런 추세 속에 코로나19 사태는 비대면 거래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금융 점포를 줄이고 창구 직원도 줄였다.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인력 효율화 필요성과 직원들의 제2의 인생 준비를 위한 조기 퇴사 바람이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명퇴는 연례행사가 됐다.

경제 환경 변화는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한다. 하지만 지역 대표 기업인 대구은행의 대규모 직원 명퇴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고객의 눈은 마냥 우호적일 수만은 없다. 특히 점포 축소는 온라인 거래에 취약한 고령자들의 은행 이용을 어렵게 한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령층 고객은 더욱 늘어난다. 수십 년간 거래해온 충성 고객을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은행의 명퇴 신청자 대다수는 만 나이가 55세다. 뭉칫돈을 두둑하게 챙겼다고는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고민해야 한다. 만 55세 퇴출은 금융권의 오랜 관행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60세 정년이 의무화됐다. 그런데도 금융권은 매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고액 명퇴금을 내세운 구조조정을 해왔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직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고용불안의 그늘도 그만큼 짙다. 한겨울 직장을 떠나는 이들의 스산함이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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