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시장의 공포

발행일 2021-12-01 10:16:1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또 다시 시련의 시기를 맞게 됐다.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이 신종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 증세는 가볍지만 확산세는 매우 빠르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지 3일만에 세계 5개 대륙의 17개국에서 확진자 또는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이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 탓에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던 각국의 재봉쇄 정책 또한 신속히 이뤄지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지난 해 3월 팬데믹과 유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원자재 가격은 주요국 재봉쇄 정책 추진에 따르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낙폭이 컸던 국제유가의 경우, 두바이유는 배럴당 70달러 초반, WTI(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68달러 초반으로 두 유종 모두 10% 내외 수준의 급락세를 보였다. 구리, 납, 아연, 니켈, 주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낮게는 1%, 높게는 4% 가깝게 가격이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뉴욕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주식시장은 적게는 2% 이상, 많게는 5%에 가깝게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낙폭은 줄었으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국채금리가 급락하고 국제 금 가격이 급등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해 3월의 팬데믹 위기만큼 깊고 긴 혼란을 또 다시 경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긴 하다. 이러한 견해는 팬데믹 이후 수차례 있었던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각국의 대응과정에서 경험한 학습효과가 경제 주체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이고,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고 단기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우선, 현재 개발된 백신이 이전의 변이 바이러스처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도 적절한 면역 효과를 발휘하든지, 아니면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든지 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주 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이후 적절한 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100일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 적정량이 보급되기까지 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이, 이런 조건 하에서 각국의 봉쇄 조치 완화 역시 동반돼야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미국을 시작으로 이제 막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어서 정책 당국이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물가 공포 극복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자칫 고물가에 경기 부진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불러올 수도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몰고온 시장의 공포는 단기간에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조기에 적절한 정책 대응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에 시장의 혼란은 생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마저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제 막 일상회복 1단계에 진입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되면 경기 둔화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일상 생활 상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정체 모를 신종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모른 척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는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이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2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서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고, 적절한 면역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백신 개발 및 보급 기간도 빨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하고, 시장의 공포 또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의했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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