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행 마친 격벽 택시, 25일부터 본격 설치||손님도 기사도 큰 호평, 내년 1천 대

▲ 지난 23일 만난 택시기사 정선희씨는 격벽 덕에 운행의 참맛을 느낀다고 했다.
▲ 지난 23일 만난 택시기사 정선희씨는 격벽 덕에 운행의 참맛을 느낀다고 했다.
“취객이 이젠 두렵지 않아요. 택시 운행이 즐거워졌습니다.”

지난 23일 대구 서구의 한 도로변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선희(57·여)씨는 요즘 운전대만 잡으면 절로 콧노래가 난단다. 지난 1일 대구시로부터 보호 격벽 시범기사로 선정된 정씨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격벽 예찬을 늘어놓는다. 높이 50㎝, 가로 130㎝, 두께 1㎝에 불과한 격벽은 그녀의 근무환경을 완전히 바꿔놨다.

뒤늦게 택시기사로 전향한 정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객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성적인 농담을 건네는 취객은 일상다반사였고, 운전 중인 그의 목덜미나 팔을 만지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코로나19 감염 우려였다. 마스크를 이중으로 써도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택시 특성상 감염에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설치된 격벽은 그의 고민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 정씨의 택시에 설치된 보호 격벽의 모습. 운전자를 감싸면서도 행동을 제약하지 않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 정씨의 택시에 설치된 보호 격벽의 모습. 운전자를 감싸면서도 행동을 제약하지 않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격벽은 운전자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히 감싸는 인체공학적 형태로 설계됐다. 폭행 방지는 물론 뒷좌석에서 나는 소음까지 일부 차단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코로나19가 숙지지 않은 상황에서 얇은 격벽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크다. 손님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그는 “손님들이 격벽 설치를 더 반긴다. 이게(격벽) 뭐라고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택시회사의 만족도 역시 높다. 대구택시협동조합 심경현 이사장은 “손님은 물론 기사들 반응이 좋다. 특히 여성 종사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내년에는 회사 모든 택시에 격벽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서 택시에 보호 격벽을 설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매 맞는 택시기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는 택시 132대에 격벽을 설치했다.

하지만 현재의 버스 격벽처럼 기사를 완전히 뒤덮는 형태로 제작된 탓에 기사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특히 너무 무거워 연비 저하는 물론 2차 사고 유발 문제도 불거지면서 기사들의 외면 속에 철거됐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코로나19로 기사들이 격벽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대구시에서 택시 격벽 수요 조사를 한 결과, 당초 목표인 200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인 4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시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격벽 설치에 들어간다.

시는 내년에는 최소 1천 대 택시에 격벽을 설치할 목표로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시 김진호 택시물류과장은 “1천 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더라도 추경을 통해 모두 설치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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