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언제까지 오를까?

발행일 2021-11-24 09:26:3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가파르게 치솟던 국제유가가 오랜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럴 당 80달러를 훌쩍 넘던 WTI(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와 브렌트유(영국 북해 생산유) 가격이 70달러 중·후반대로 하락한 것이다. 덕분에 연일 치솟던 물가도 점차 안정화되지 않을까 하는 시장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분명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아가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타 산유국 연합체)가 더 이상 증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공급 증가를 통한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 원인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센 유럽 국가들의 재봉쇄와 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같은 수요측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런 현상이 수그러들면 또 다시 국제유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고 물가 불안정은 지속될 것이 뻔하다.

물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원유 소비국들에게 전략비축유(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산유국이 비축하는 3개월 분의 원유)의 방출을 요청한 것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코로나19 재확산 진정, 경기 회복세 지속, 동절기 등과 같은 수요 압력에 중기 혹은 장기 대응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전략비축유는 방출한 만큼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이 또한 추후 수요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이라는 구조적 변화 역시 에너지 수급 불균형 및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석탄화력발전 포기 및 타 연료로의 대체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을 급등시킨 것과 같은 예가 바로 그것이다. 원료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니 상품가격도 따라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여하튼 단기적으로야 국제유가가 하락하니 다행이지만, 좀 더 길게 보면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국제유가와 함께 최근 역사적 고점을 깬 각종 원자재 가격의 불안도 큰 문제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커진 글로벌 수요 압력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만으로 지금의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 현상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산과 물류 차질로 인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공급 병목 현상이나, 미·중 갈등이라는 정치 여건 악화로 인한 나비효과 등 매우 다양한 형태와 성질의 문제들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렇게 보면, 국제유가나 이외의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고, 고물가 현상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달러 강세 현상 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함으로써 가계 후생 수준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는 수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국내 수출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부담을 주게 된다.

즉, 현재 우리 경제는 높은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은 물론 강달러로 인한 비용 증가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테이퍼링이 예정된 상황에서 높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조기 금리 인상론마저 거론되는 지금의 미국 경제 여건을 고려해보면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높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당장에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가 마땅치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빨리 가용한 모든 대책들이 총동원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길 바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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