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경북지사 부국장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 수능은 치러졌다. 해마다 수능시험을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올해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란 말까지 나온다. 가채점 결과 등급 커트라인이 크게 떨어지면서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는 지적에서다.

대한민국은 수능일이 되면 어김없이 전국이 비상사태로 변한다. 모든 경찰력과 운송 관련 조직, 수많은 자원봉사 단체들은 수험생을 늦지 않게 고사장에 입실시키기 위해 숨 막히는 수송 작전을 펼친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고사장을 떠나왔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안하다. 기다림은 불안과 고독의 연속이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수험생은 초조하다.

성적표를 받아 쥔 수험생은 예상외의 결과에 즐거운 비명을 부를 수 있지만 절망과 좌절을 맛보는 수험생의 숫자가 많음은 해마다 겪는 사회병이다.

곧 있을 성적 결과에 절망과 좌절을 맛보는 수험생을 위해 절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들에게 각설이 대목장에 쪽박이 깨져 대목장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수능성적의 상처를 평생 부적처럼 느끼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

삼수 끝에 대학에 합격한 경험이 있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대입 시험을 망친 중국의 수험생들에게 “우리처럼 공부가 체질이 아닌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면 운은 언제든지 따를 수 있다”며 성적으로 인해 좌절하고 있는 수험생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입학시험 성적이 인생의 본질이 아닌 것처럼 우리사회는 교육의 본질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단판승부의 시험에서 성적이 잘 나와 원하는 명문대에 진학해야만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한 번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에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오고 있다. 다시 말해 패거리 문화와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사회라는 말이다. 이제는 이런 생각들을 바꾸어야 한다. 패거리 문화와 학벌중시주의, 승자독식의 문화는 개선의 대상이다. 시험 성적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 속에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는 말이다.

A. 까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신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일이었다.” 라고 썼다. ‘권태롭고 전망 없는 일상’이 돌을 영원히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과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학생들 절대 다수는 돌을 끝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와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겹고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학생들은 시지프스 처럼 단조로운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든 학생에게 국수영 탐구과목에서 고득점 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적성과 취향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범람하는 정보와 지식 중에서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 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력이 생존수단이자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되는 미래에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인성, 예민한 감성, 한 발 앞서 미래를 예견하는 지혜, 창의력 등이 중요하다. 초중고에서는 교과서만 달달 암기하고, 대학가서는 공인 외국어 점수를 높이고 창의력과는 별 상관없는 스펙 쌓기에 진을 빼야하는 하는, 그 모든 재미없는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와 교육당국은 우리 교육의 제 문제점과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위한 깊이 있는 생각해 보면 좋겠다.

김창원 경북지사 부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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