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디자인이음, 2019)
작품이 발표되면 그 평가가 뒤따르고 작가 또한 그 평가를 기다린다. 허나 평석이나 비평은 항상 호의적이진 않다. 문인은 자존감이 높고 자부심이 강한 편이다. 해서 창의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문인은 조언이나 비판을 잘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런 독기마저 없다면 금전만능 사회에서 돈벌이가 시원찮은 문학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터다. 약간의 나르시시즘과 작품에 대한 애정은 창작의 산고를 견뎌내는 깨소금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문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이나 음악 등 다른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이해부족의 결과라며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섣부른 비판은 후유증을 초래한다. 다혈질인 사람은 격분해 자해를 하기도 하고 비판한 사람을 인신공격하기도 한다.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고 최북은 자신의 눈을 찔렀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대개 적개심을 갖고 삐치기 마련이다.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는 주부라고 쉽게 보고 자작시에 섣불리 입 댔다간 큰 코 다친다. 어머니는 딸에게 웬만해선 토라지지 않지만 자존심 상한 시인은 이미 어머니가 아니다. 시인은 지적질하는 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단단히 삐친다. 묵은 편견을 버리고 진중히 읽어야 바른 시심을 찾는 법이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