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함께 산다는 것

발행일 2021-10-21 13:56:2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11월부터는 지금의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전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확진자가 1천 명 넘게 나온 지가 꽤 오랜 시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을 느슨하게 할 경우 자칫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사태가 손 쓸 수 없는 정도로까지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국민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2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쌓이고 있는 심리적 피로에다 하루하루 벌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현실적 어려움까지, 일상 회복이 시급한 이유는 다 열거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계기로 국민의 살림살이 주름도 확 펴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한결같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다가올 대통령 선거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잡아 삼키는 듯한 블랙홀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여·야 각 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들어가면서 일찌감치 시작된 대선 정국 탓인데 그동안 말 많던 집값, 청년취업, 가계부채 등 온갖 문제들이 다 정치 이벤트에 덮여 한편으로 밀려난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평상시에는 도대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는 개인들이 모처럼 목에 힘주고 큰소리 한 번 낼 수 있는 기회다. 다르게 보면 또 선거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국가의 비전을 얘기하고 삶에 지쳐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의 시간은 국민들에게 짜증과 분노의 시간이 되고 있다. 국민들로서는 참 마뜩찮고 보고 싶지도 않은 온갖 일들을 싫어도 보고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일처럼 심각하게 말이다.

여당의 한 후보는 과거 자치단체장 시절 있었던 그 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된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는 듯한 모습이다. 의혹은 잔뜩 제기됐지만 아직 무엇이 진실인지 본인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았고, 수사기관도 명확하게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만 혼란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은 모습이다.

야당 유력주자의 언행도 역시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건 마찬가지다. 배우자나 처가의 일도 그렇고, 본인이 직접 관련돼 있을 거란 의혹이 제기된 여러 사건이 있지만 역시 정확한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정치 공세만 오가고 있다.

정치학자들의 말대로 정치란 게 원래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출발 단계에서부터 이런 식이라면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할 노릇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들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 누가 승자가 되든 국민이 기대하는 지도자상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라는 국내 제작 TV 시리즈물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화제다. 투자사인 미국 넷플릭스에 따르면 9월17일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 94개국에서 1억1천100만 가구가 시청했다고 한다. 이런 기대 이상의 성공에 해외에서는 ‘뛰어난 연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창의적인 사건’(포브스), ‘자본주의 사회의 강력한 축소판을 제시한다’(NME)는 등 호평이 나왔고, 국내 문화평론가들은 ‘한국 사회의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등을 탁월한 연출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극단적 설정이긴 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인생은 언제든 현실의 내가, 우리 이웃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456억 원의 상금이 목숨과 맞바꿀 수 있는 돌파구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쉽게 부정할 수도 없는 현실에 우리가 사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과연 기준이라는 게 있기는 있었을까, 묻게 되는 시절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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