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창고(36)달서구 새벗도서관||31년간 지역주민들에게 배움의 장 선사

▲ 새벗도서관 열람실.
▲ 새벗도서관 열람실.
새벗도서관은 설립자인 신남희 관장, 그의 경북대학교 영문과 동기들 그리고 지역 청년활동가가 주축이 돼 개소했다. 1989년 7월1일 중구 봉산동에 위치한 4층 건물에 책 2천여 권을 가지고 교육·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출발, 1990년 1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청소년 열린 교실’을 열었다. 초기에는 중·고등학생과 청년들이 회원으로 주로 참여했다. 이후 청년 회원 중심인 지금의 새벗도서관과 청소년 회원 중심인 지금의 ‘청소년 문화센터 우리세상’의 전신인 ‘청소년 새벗’으로 분리했다. 새벗은 노동자들의 풍물, 문학활동, 답사 소모임 활동을 이어나갔다.

1993년 지역의 뜻있는 시민들 약 300여 명으로 구성된 설립위원과 평생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낸 기금으로 ‘구 중앙시네마’ 극장 뒤편 골목에 50여 평의 공간과 장서 2만여 권을 갖추게 된다.

당시 대구의 공립 공공도서관은 교육청 소속으로 6개밖에 없었다. 새벗도서관은 서예, 꽃꽂이 등 취미교실 같은 친숙한 강좌를 진행해 다양한 소모임 활동과 인문 강좌 및 행사가 지역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새벗영화제’, ‘새벗영화강좌’, ‘문화기행(1회 경주남산 이후 연간 3~4회, 총 74회 진행)’, ‘강연회-서정오, 신영복, 전우익 등 작가와의 만남’, ‘민요교실’, ‘목요이야기마당’, ‘독서토론 모임’, ‘공개독서토론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기획됐다.

‘대구지역 도서관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 같은 지역사회 굵직한 행사들의 주최에도 힘썼다. 새벗도서관의 활동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1998년 제4회 독서문화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후 마을로 들어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회원들의 생각을 모아 1999년 달서구 이곡동으로 이전하고 대구 제1호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등록했다.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서주민한마당’, ‘책문화축제’, ‘성서어린이날큰잔치’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강연회, 마을 놀이터 실태조사, 구의회 방청 사업을 전개하고, 회원들의 힘으로 대구 최초로 도서관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2006년 6월 새벗도서관 후원회원으로 오랫동안 활동을 지켜봤던 지역 인사가 본인 소유의 건물 110평을 도서관 공간으로 대여, 현재 달서구 상인동 월배역 인근 자리로 이전하게 돼 이후 1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새벗도서관 열람실.
▲ 새벗도서관 열람실.
◆새벗 시설 안내 및 이용안내

새벗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지만, 설립 주체가 민간이라 사립·공공도서관이다. 당연히 운영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들 중 가족단위로 연간 5만 원을 내고 1회 16권을 대출하면서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가족회원’과 회비 없이 이용만 할 수 있는 일반회원이 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단축 운영이라 일요일은 휴관 중이다. 정상 운영일 때를 기준으로 하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새벗의 공간은 차를 마시며 담소와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카페 공간과 약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강좌실, 청룡산과 마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열람실과 아이들의 비밀공간인 다락방이 있다.

도서관 개관 시간 동안에는 카페공간을 미리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모임을 할 수 있다. 새벗도서관의 위치는 월배역 3번 출구에서 상인역 방면 150m 지점에 있어 일상생활공간의 접근성도 좋다.

▲ 새벗도서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강좌 참석과 진행이 힘들자 격주 토요일 오후에 비대면 온라인을 활용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 새벗도서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강좌 참석과 진행이 힘들자 격주 토요일 오후에 비대면 온라인을 활용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움직이는 도서관

새벗도서관의 프로그램 및 행사는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상설 인문 독서교실과 학부모들을 위한 부모독서교실, 일반 성인들을 위한 사회적 책읽기를 소모임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청년기에 도서관을 이용한 회원이 성인이 돼 아이와 함께 부모독서교육에 참가하고, 그 아이가 초·중등 시절 독서교실에 참여하는 사례도 흔하며 그렇게 자란 아이가 도서관 운영에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도서관의 행사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협력으로 사회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강좌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한다. 자체적으로 운영한 문학·역사기행 70여 회를 진행했다. 또 지난 10여 년 사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 시행된 이래 매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한 답사기행 30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적은 상근자만으로 통상적인 도서관 운영과 공모 사업 강좌, 자체 강좌를 연간 25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도도교육연구소와 협업으로 토요예술마당을 12회 진행했다. 지난 9월4일부터 하반기 12회 일정이 시작됐다.

올해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욕망에 지친 우리, 기본권으로 집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부동산, 특히 주거에 대한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돌봄, 장애인, 노후 독거생활의 불안을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공동체주택 등 사회주택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달서구에서 공동체 주택을 함께 만들고자 하는 모임을 준비 중이다.

지역사회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매월 1~2회 진행하던 ‘지역연대강좌’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좌 형식을 탈피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하고 있다.

▲ 고전세미나에 새벗도서관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고전세미나에 새벗도서관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지역 시민사회와 연계해 매월 1회 진행하는 원형강좌 모습.
▲ 지역 시민사회와 연계해 매월 1회 진행하는 원형강좌 모습.
◆지역사회 공론장 역할에도 충실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고 인문학 강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문학이 무엇이냐는 것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다. 새벗도서관은 각자 개인이 글이나 그림, 노래나 몸짓, 언어(연극) 등으로 스스로를 잘 표현할 줄 알고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된 타인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오해가 아닌 소통이 돼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전이라 명명되는 모든 책은 당대 사회에 비판적 성찰이고 실천적 주장임을 생각한다면 인문학 독서는 결코 ‘단순한 교양’으로 자기만족이나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벗도서관의 인문학 강좌 모토는 ‘지역사회의 공론장’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시대의 한계에서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설립 이후 계속돼 온 문학·역사·철학 강좌는 당시의 주요 관심사를 반영하는 주제로 설정했고 강좌를 통해 소모임을 만들어 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4회에 걸쳐 ‘대구도서관 발전 토론회’를 주최해 대표도서관, 도서관 일원화 등의 문제를 공론장으로 도출시켰다.

2019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고전 세미나 강좌,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마을 단체인 평화합창단 활동 공간 제공, 지역시민사회단체의 관심사를 주제로 한 ‘지역연대강좌’,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연구소의 도움으로 진행한 ‘현대철학 사상 강좌’와 지역의 여성들만으로 강사진을 꾸린 ‘세계의 절반 여성들이 말하다’ 등의 연속강좌도 진행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도서관 시설관리를 무인 시스템으로 정비해 도서관 개관시간 이후에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벗도서관 홈페이지나 ‘스마트공유대구’ 사이트로 들어가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경북도 청년정책관실 및 교보e북과 협력해 ‘경북청년 독서문화 진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소지가 경북이거나 학교 또는 직장이 경북인 만 19세에서 39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선착순 1천500명에 대해 교보e북 약 6만7천여 종을 3개월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SNS 인증 활동을 하고 10회에 걸친 독서 강좌, 탐방 2회 그리고 온라인 독서활동 대회를 진행한다. 우수 활동 참가자들에게는 6개월 이용 권한을 추가로 준다.

▲ 기호석 새벗도서관장.
▲ 기호석 새벗도서관장.
◆기호석 새벗도서관장

“앞으로도 새벗도서관은 단순히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 아닌 참여하는 ‘회원’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나가겠습니다.”

새벗도서관은 대구 제1호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31년간 지역주민들의 곁에서 배움의 장을 선사했다.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서주민 한마당’, ‘책문화 축제’ ‘성서어린이날 큰 잔치’등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회원들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등 단순 도서대여뿐 아니라 참여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

기호석 새벗도서관장은 “새벗도서관은 지역의 시민사회와 오랜 도서관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는 이사들과 설립자인 신남희(현.서울 중랑구립도서관 대표관장)관장이 헌신적으로 맡아온 세월의 힘으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고 도서관의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뜻과 힘으로 지켜낸 만 31년의 세월을 두고 앞으로도 이 노력들을 저버리지 않고 걸어 나갈 것 이라 다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서관에 상주하고 있는 상근자들도 반상근 1인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은 쉬지 않고 운영중에 있다.

기 관장은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힘은 오로지 적극적인 회원들의 참여로 가능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힘과 동시에 도서관 철학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문화에는 큰 문화, 작은 문화란 말이 없다. 공간이 큰 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있을 순 있지만 마을 도서관은 크건 작건 마을에 있으면 마을 도서관이다. 새벗은 그래서 ‘마을 도서관’이란 말을 좋아하며, 도서관의 활동이 사회의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이루기 위해, 늘 경계에서 선을 넘는다는 자세로 마을 도서관의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 새벗도서관 약도.
▲ 새벗도서관 약도.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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