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내년도 경제 전망

발행일 2021-10-13 09:45:2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어느덧 10월 중순이다. 이맘때쯤이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다음 해 경제 전망이 쏟아지면서 경기 향방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형성돼 가는 것이 보통이다.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등 사회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해 국내 경제의 성장 수준에 대한 일종의 합의가 이뤄지게 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이뤘던 지난 해를 돌이켜보자. 거의 매 분기마다 주요 기관들의 수정 경제 전망이 발표됐고, 여기에 포함된 각종 제언들이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지 않게 반영됐다. 물론, 몇몇 기관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전망치를 바꿔 더 이상 전망도 아니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증유의 위기 상황을 맞아 적어도 우리 경제가 길을 잃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 온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해 역시 주요 기관들의 전망 작업들은 활발히 이뤄져야 했고, 그 결과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 백신보급률 확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처럼 굳어지는 이른바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확정하기에는 최근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은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긴 하다. 그 중에서도 중국발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악재 중의 악재다. 인구문제 등으로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지나간 유행이 돼버린 것 같다. 하지만,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그룹 유동성 위기가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을 야기하거나, 관련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또, 다른 악재 중 하나는 높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5%대가 이어지고 있고, 독일도 4%대로 1990년 통독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로존 역시 3%대로 거의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세 약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물가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급 증가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원활히 작동될 때 이야기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수요 압력을 낮추는 것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주요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고, 그 강도도 생각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시장의 예측처럼 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실시 시기는 변화가 없더라도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유로존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상황만으로 보자면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는 미국보다 늦게, 조정 기간은 미국보다 길게 가져갈 것이라는 기존 시장의 기대 역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이라면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 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크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할 판이다. 이에 비하면 과거 사례를 볼 때 개도국 긴축발작(tapper tantrum)의 영향은 귀여운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입장에서 말이다. 여하튼, 지난 주 IMF(국제통화기금)가 세계 및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도 이들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올 해도 2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내년 경제 전망 발표가 기다려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돼 국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등대가 돼 주었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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