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이뤘던 지난 해를 돌이켜보자. 거의 매 분기마다 주요 기관들의 수정 경제 전망이 발표됐고, 여기에 포함된 각종 제언들이 정책 당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지 않게 반영됐다. 물론, 몇몇 기관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전망치를 바꿔 더 이상 전망도 아니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증유의 위기 상황을 맞아 적어도 우리 경제가 길을 잃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 온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해 역시 주요 기관들의 전망 작업들은 활발히 이뤄져야 했고, 그 결과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 백신보급률 확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처럼 굳어지는 이른바 엔데믹(endemic)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확정하기에는 최근 여기저기에서 너무 많은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긴 하다. 그 중에서도 중국발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악재 중의 악재다. 인구문제 등으로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제 지나간 유행이 돼버린 것 같다. 하지만,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그룹 유동성 위기가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을 야기하거나, 관련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또, 다른 악재 중 하나는 높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5%대가 이어지고 있고, 독일도 4%대로 1990년 통독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로존 역시 3%대로 거의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세 약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물가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급 증가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원활히 작동될 때 이야기다.
이런 흐름이라면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 둔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크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할 판이다. 이에 비하면 과거 사례를 볼 때 개도국 긴축발작(tapper tantrum)의 영향은 귀여운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입장에서 말이다. 여하튼, 지난 주 IMF(국제통화기금)가 세계 및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도 이들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올 해도 2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내년 경제 전망 발표가 기다려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돼 국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등대가 돼 주었으면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