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일보 2021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수상자 허정진씨
▲ 대구일보 2021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수상자 허정진씨
어린 시절, 시골 읍내 외곽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집은 허름했지만, 마당은 넓었다. 크고 작은 호박돌로 쌓은 돌담이 골목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지막한 담장 위로 하늘은 넓고 새들은 자유로웠다. 아버지는 가내공장과 살림방을 내기 위해 돌담을 헐어내고 아래채를 세워 담장을 대신했다. 집은 대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높은 성채가 됐다. 마당에는 연못도 만들고 온갖 꽃나무를 심어 화려한 정원이 됐지만, 하늘도 좁아지고 바람도 길을 잃은 집이 됐다.

돌담이 사라진 그 집에서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사셨다. 일복을 타고난 사람처럼 한 치의 여유도, 촌각의 해찰도 없이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과정보다 속도, 정서보다 합리를 내세우며 열심히만 살면 잘사는 것인 줄 알았다. 평생을 황소처럼 일했지만, 아버지의 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뒤늦게 그 어린 시절 돌담이 왜 그리워지는 걸까. 그리고 그 많은 돌은 다 어디로 갔을까?

뜻있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천강문학상 수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수필집 ‘시간 밖의 시간으로’, ‘삶, 그 의미 속으로’ 등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