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성공, 결국 사람이 해답이다

발행일 2021-10-11 12:03:2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장호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

바야흐로 지금 세계는 ‘도시 경쟁시대’, 아니 ‘도시화 경쟁시대’다.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어느 나라의 사례를 이야기할 때 미국, 프랑스보다는 뉴욕, 파리를 직접 언급할 만큼 우리의 생각도 이미 도시화됐다. 유엔경제사회국(DESA)에서 발표한 ‘2018 세계 도시화 전망’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전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오는 2050에는 10명 중 7명(68%)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도시화(Urbanization)’라는 거대한 물결이 모든 도시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어떤 도시는 사람이 모여들어 혁신의 수확물을 만끽하고 있는 반면, 어떤 도시는 침체일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당장 우리 지역만 보더라도 어떤 도시는 새로운 혁신기업이 들어와 도약의 전기를 만들고 있지만, 어떤 지역은 기존에 있던 기업들마저 떠나면서 도시의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도시는 성공 가도를 질주하고, 또 어떤 도시는 실패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책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는 도시 정책의 가장 큰 실수는 사람 대신 건물(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는 본질상 ‘인류의 집합체’이지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가장 큰 핵심 동력은 ‘사람’이라는 그의 통찰에 200% 동의한다.

한 도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뱀이 허물을 벗어 던지듯 ‘녹슨 생각’과 ‘녹슨 산업’을 털어내고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글레이저 교수가 제시한 뉴욕과 디트로이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같은 제조업 도시로서 출발해 한때 몰락의 위기를 경험한 두 도시지만, 뉴욕은 금융이라는 혁신 아이디어을 통해 ‘세계 경제수도’로 부활했다. 하지만, 과거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는 오늘날 ‘러스트벨트’라는 오명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

특히, 디트로이트의 리더들이 경제의 주축이었던 자동차산업 이탈 이후에도 잘못된 정책을 통해 기업인을 떠나보내고, 피플 무버(People Mover)와 같은 화려한 구조물로 도시의 침체를 덮으려 했던 사례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역사가 결코 남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경북에도 23개의 시·군이 있지만, 이 중 대다수는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은 잊고 리셋(Reset)의 각오로 사람을 모으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마그네틱은 교육이고, 일자리라고 믿는다.

지역 대학이 혁신의 중심에 서고, 기업과 연결돼야 한다. 백화점식 대학 운영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기업은 AI시대에 맞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

특히, 행정도 과거의 틀을 과감히 벗고, 플랫폼(연결자)으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지역 기업과 사람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경북은 ‘대학·기업 연구중심 혁신 도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다행히 최근 배터리·대마·스마트물류 규제자유특구, R&D 프로젝트 등 희망의 결실들이 하나 둘 맺히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혁신의 블록들이 짜임새 있게 자리를 잡고, 통합신공항 같은 인프라와 잘만 융합된다면 경북의 역사는 분명 새롭게 써질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도시의 심장이다. 결국 도시는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지고, 즐거운 도시는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는다. 경북의 모든 시·군들이 청년들의 혁신 에너지로 북적이며, 즐겁게 성장하는 그 날을 기대하며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장호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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