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 품에 안기는 이일우 고택  

발행일 2021-09-13 15:05:1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지역 근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소남 이일우 선생의 고택이 교육 공간으로 대구 시민에게 돌아온다. 이일우는 구한말 및 일제 치하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지역 인물이다. 그동안 퇴락한 채 방치돼 온 이일우 고택이 수리와 교육관 건립 등을 거쳐 시민 교육관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근대 유산 복원과 역사 교육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 중구청은 최근 북성로 일원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이일우의 현손과 이일우 고택(중구 서성로1가 44)에 대한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대구의 계몽운동을 이끌고 민족지사 양성을 위해 우현서루를 운영하고 교남 학원(현 대륜고) 설립에 관여한 소남 이일우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고 고택을 지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이뤄졌다. 고택은 주변의 재개발 등으로 존망 위기에 놓였던 터다.

이일우 고택은 후손들이 힘을 보태 대대적인 수선과 개조를 거친 후 관광객을 위한 체류형 공간인 게스트하우스와 인문‧역사 아카데미 및 교육 장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일우는 부친 이동진이 설립한 우현서루를 운영했으며 국채보상운동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우현서루는 1904년 이동진이 사재를 털어 세운 민족지사 양성 교육기관이자 근대 도서관이었다. 국내외에서 모은 책이 1만여 권에 달했고 이곳을 거쳐 간 인물만 150여 명이나 됐다. 우현서루는 일제의 눈 밖에 나 1911년 강제 폐쇄됐다. 이일우는 대구에서 시작된 김광제·서상돈 중심의 국채보상운동에 그가 이끌던 광학회와 함께 헌신하기도 했다.

이일우는 타계한 동생을 대신해 조카 상정·상화·상백·상오 형제를 키웠다. 네 조카는 우리 근·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첫째 상정은 중국 국민 정부의 중장까지 오른 독립운동가다. 상화는 민족 시인으로, 상백은 국내 두 번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수렵인이었던 상오는 대한체육회 사격연맹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이일우와 자식 등은 이상화에 가려져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들 역시 우리 역사에서 평가받을 만한 인물들이다.

앞서 중구청은 일제 강점기 민족 자본으로는 첫 건립된 철거 직전의 ‘무영당’ 백화점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키로 한 바 있다. 이일우 고택의 리모델링과 지역 사회 환원을 환영한다. 이일우 집안(이장가) 인물의 재조명은 지역 역사에 깊이를 더하고 선현들이 밟은 길은 되짚어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대구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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