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금이 적전분열할 때인가

발행일 2021-09-12 15:26: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양강 구도로 틀이 잡혀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체제가 실언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흔들리는 사이 홍준표 후보가 급속히 치고 올라온 것. 야권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에서 맞붙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 TK 민심 훑기에 나선 것. 이들의 지역 행보에 정치권은 물론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투옥 등으로 자존심을 크게 상한 TK 지역민들이었다. 보수 텃밭 TK의 명예를 살려주길 바라는 지역민들의 바람이 유력 야권 후보에 대한 관심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국 순회 일정의 마지막으로 지난 10일 TK를 찾은 홍준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그는 무소속 시절은 물론 대선 출마 선언 뒤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속을 태웠다. TK에서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터였다.

그러나 최근 1주일 사이 홍 후보의 지지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후보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 주말 서문시장 등을 방문하자 구름 인파가 몰렸다. 바뀐 민심을 실감케 했다. 홍 후보는 당 대표와 지난 대선 후보 이력에 특유의 입심을 발휘하며 행보에 탄력을 붙이는 형국이다. 지지율이 1위까지 치솟고 있는 데다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유행어까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독보적 1위였던 윤석열 후보의 헛발질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 사주 의혹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는 홍 후보를 비롯한 야권 대선 주자들을 맹비난했다. 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시간이 지나가면 사실관계가 드러날 사안이며 정치 공작이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최근 사면초가에 몰렸다. 여권의 공작이든 아니든 ‘고발 사주’의혹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여러 가지 문제가 없진 않지만 고발 사주 의혹은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시비가 가려지게 됐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를 비롯한 야당 대선 후보들이 윤 후보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는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 유력한 후보를 흠집 내 지지표 분산을 노리는 처사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자칫 대사를 앞두고 내분 끝에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적전 분열은 지지층도 눈살 찌푸리게 한다. 홍준표 후보도 최근 “분열은 곧 패망”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가 있지 않은가. 이제 내부 총질은 그만두고 정부 여당과의 싸움에 매진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