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어지는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진은 유아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 길어지는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진은 유아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길어지는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아동 신체발달이 늦어지는가 하면, 일상이 돼 버린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 발달마저 지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수도권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통계에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아동청소년 전문가들도 한결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어장애를 겪는 유아(만 24개월 이하)와 단체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취학 아동 상담 및 치료 건수가 예년에 비해 20~3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정명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마스크 쓰기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유아들의 말 트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며 “만 8~12개월의 유아는 옹알이를 시작으로 말을 조금씩 배워가는데, 최근 들어 18개월이 지나도록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엄마’, ‘아빠’ 등 짧은 단어를 사용하며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된 코로나 사태로 유아의 말 배우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아는 말을 배울 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와 말하는 입 모양을 보고 따라하게 되는데 일상이 된 마스크 쓰기로 유아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듣지만, 말하는 입 모양은 볼 수 없어 정확한 발음을 익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가 어린 자녀의 언어 습득을 더디게 만드는 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겪은 미취학 아동이 치료 없이 성장하게 되면 ‘사회성 결여’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 속에서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유아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정보량의 80%가 시력을 통한 ‘시지각’ 능력으로 습득하는데, 마스크로 상대방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없어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동산병원 김준식교수(소아청소년과)는 “유아기에는 언어와 소근육(손으로 활동)이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12~24개월로 말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인데 말문이 너무 늦게 터지면 뇌 구조 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없게 된다”며 “부모는 아이를 관찰해 작은 이상 증상이라도 발견하면 빠른 검사로 확인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문의는 “유아에는 시점별로 배우는 크리티컬 시기가 있다.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데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다양한 놀이와 소통을 통해 아이와 놀아주는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며 “가족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시작으로 친구와도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환경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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