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정치인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군위군의 대구편입에 찬성한 도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스스로 명예를 던져버렸다.
지난해 군위군이 공항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단독 후보지를 고수하고 있을 때 대구·경북의 모든 정치인과 단체들이 군위군을 압박했다. 통합 신공항이 무산되면 군위군은 역적이 되는 것처럼 매도했다. 급기야 공동합의문을 들이밀며 군위군을 코너로 몰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으냐’, ‘욕심쟁이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그때 김영만 군위군수는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물론 시·도의원 전원에게 공동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7월30일 국회의원 전원과 시의원 26명, 도의원 53명이 동의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 일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인사들의 서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나마 대구시의원들은 그날의 약속을 지켜 일찌감치 군위군 대구편입에 찬성의견을 냈다.
그러나 도의원들은 달랐다. 행정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중 공동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은 2명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비공개 논의를 통해 4:4가 됐다. 논의는 비공개였으나 비밀은 아니다. 이미 누가 변심했는지는 세간에 알려져 있을 것이다. 변심한 의원은 도의적 책임을 떠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인의 약속은 일반인의 약속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그러나 지금의 도의원들은 일반인보다 더 가볍게 신뢰를 저버렸다. 세간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패러디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경북도의회가 그 짝이다.
지금 경북도의회는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선배 도의원으로서 경북도의원들이 군위군민, 나아가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신의를 저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우영길 전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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