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2천600여m 내 실외기 57개 지면에 버젓이||규정 상 2m 높이에 설치돼야…구청

▲ 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일원에서 한 식당 가게 손님들이 뜨거운 에어컨 실외기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고 있다.
▲ 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일원에서 한 식당 가게 손님들이 뜨거운 에어컨 실외기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 기준에 맞지 않게 제멋대로 놓여져 대구의 찜통 더위를 더욱 무덥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외기의 높은 온도 때문에 여름철 화재가 자주 발생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낮 최고기온이 34℃까지 올라간 3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

지상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내뿜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날 동성로 로데오거리 등 2.6㎞를 돌아본 결과 지상에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상가는 57곳에 달했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건축물의 냉방설비 등)에 따르면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돼야 한다. 또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지역 구·군에서는 정기 단속 또는 단속 계획을 수립할 조례 및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관련 규정이 강화 개정됐을 때 시 홍보·계도 차원에서 현장에 나간 적은 있으나 이후에는 민원이 발생할 때만 현장에 나가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에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실외기 관련 민원을 받아 현장을 나간 횟수는 100여 건이다. 이중 이행강제금 부과는 1건에 불과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정기 단속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민원 위주의 단속을 하고 있다”며 “지상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로 민원이 제기되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에어컨 실외기는 화재위험성도 높다. 실외 낮은 곳에 설치해 두었다가 담뱃불 등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대구소방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대구지역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138건으로 부상자 1명과 1억2천7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 7월 말 기준 9건이 발생했다.

화재는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69건, 50%)에 몰렸다. 최고기온 30℃를 넘는 무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평균 최고기온이 32℃를 넘는 8월의 경우 31건의 화재가 발생해 6~7월보다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부하로 발생하는 전기적 문제와 담뱃불 등이 떨어져 발생하는 부주의에 의한 화재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에어컨 사용시간을 적절히 조절하고 벽체와의 거리를 최소 10㎝ 이상 띄워 설치해야 한다”며 “실외기에 쌓인 먼지 제거를 위해 주기적인 청소와 주변 환경 정리 등 전반적인 실외기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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