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를 보지 않는 한일의 집토끼 정치

발행일 2021-07-21 14:09: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결국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한일 양국은 올림픽 개막 날의 첫 대면 도쿄 정상회담을 두고 논의해 왔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 문제, 수출규제 등의 현안에 대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협의를 요구했다. 일본이 우리의 요구와 기대에 대한 확답과 믿음을 주지 않으니 대통령의 방일을 취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두고 ‘자위행위’란 성적 표현을 한 소마 총괄 공사의 망언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됐다. 일본은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양국은 누구보다 서로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국 지도자의 정치력 부재를 탓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한일 관계는 우리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우리 정부는 명분과 성과가 없는 방일이 현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지지와 결집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지율 하락과 올림픽 문제로 궁지에 몰려있는 스가 총리 역시 우리의 요구를 섣불리 들어주다가는 정치적 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두 정상 모두 자칫하면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먼 훗날 사람들이 오늘의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속에서 개최하는 이웃국가의 올림픽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는 것이 옳지 않았는가? 내 할 일은 해 놓고 그다음에 따지고 요구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았나?”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의 축하조차 받지 못하는 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가해자였던 우리가 한국 정부의 요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았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문득 일본 전국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이 떠오른다. 스가 총리와 참모들이 전국시대를 마감한 세 인물을 다시 공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관계를 이야기하며 일본 역사와 인물을 언급하는 것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문 대통령과 참모들 역시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참고해 보길 권한다.

오다 노부나가, 그는 칼 대신 남만댓포(南蠻鐵砲)라는 총을 들고 싸운 나가시노 전투에서 승리해 일본 중세 봉건시대 종식을 위한 싹을 틔운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혁신적 조치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시대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야 한다”라고 했다.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과 계략으로 오다 노부나가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꾀를 써서라도 목적 달성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는 인내와 끈기로 최후의 승자가 된 사람이다. 오랜 인질 생활 경험으로 그는 기다림의 철학을 터득했다. 오다 노부나가가 충성심을 테스트해 보려고 그의 아들을 할복하게 하라고 했다. 이에야스는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 아들이 할복하게 했다. 그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차가운 돌 위에서 3년을 앉아 참고 견디면 결국 돌도 따뜻해진다”라고 했다. 1603년 그는 혼란한 전국시대를 끝내고 260년간 지속한 에도 막부를 열었다.

국가 지도자는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을 상호존중과 호혜주의에 기반한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오늘의 한일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비전이 없다. 생산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 자국민을 설득하고 교육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없다. 양국 지도자들은 국내 지지자의 여론만 의식하고 있다. 두 정상에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먼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으니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고 분노는 적이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고, 달도 차면 기울기 마련이니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일을 모른다면 몸에 화가 미친다. 자신을 책할지라도 남을 책하지 말라. 부족함이 지나침보다 낫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당신들은 당장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새가 울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해보라. 당신들은 후세대의 평가가 두렵지 않은가?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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