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 장성애 소장
▲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 장성애 소장
장성애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시급한 인구문제로 인해 각 학교에까지 인구정책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되는 등 인구정책 관련 연수와 교육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서의 인구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기는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7만2천400명, 사망자 수는 30만5천100명으로 3만3천 명 가량 자연 감소했다. 지금도 인구수 감소 때문에 취학아동 수가 줄고 더불어 대학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거나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는데 지난해 출생아 숫자마저 27만여 명이라면 앞으로 닥칠 여러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집값, 인공지능(AI)시대 더욱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 비용 및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기를 수 없는 육아 환경 등이다. 이에 더해 페미니즘의 증가와 혼자 살아도 충분한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통신의 발달 등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위서라고도 일컬어지는 화랑세기 필사본을 보면 신라 시대에 ‘마복자(磨腹子)’라는 현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제도가 있다. 일종의 대부 개념인 마복자는 낭도 중에 임신한 부인을 자신들의 상사인 화랑에게 보내는 것이다. 임신한 낭도의 부인을 맞이한 화랑은 그 부인이 자식을 낳으면 자신의 친아들처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는 제도이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초대 화랑인 위화랑은 소지마립간의 마복자라고 돼있다. 드라마 ‘선덕여왕’ 때문에 알려진 미실의 친동생 미생은 100여 명의 자식이 있어서 난봉꾼이라는 설도 있지만, 화랑이었던 그를 따르는 무리가 1만 명을 넘었다는 기록을 본다면 난봉꾼이라기보다는 마복자들이 100여 명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신라에만 있었던 이 기이한 풍습은 시대적인 배경을 조금만 더 따져보면 이해를 못 할 문제도 아니다. 고구려, 백제보다 약체였던 신라는 처음부터 왕을 현지인을 아닌 사람인 혁거세를 과감하게 추대했고, 탈해 등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서 역시 왕으로 옹립한 융합적 사고를 가진 나라이며 그것이 강점으로 작동했던 나라다. 가야병합, 빈번한 고구려와 백제, 왜의 침입 등 늘 전쟁에 시달렸다. 잦은 전쟁은 장정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남은 가족들은 살아갈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 수밖에 없고 계속 전쟁이 이어진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자식을 더는 낳고 싶지 않게 된다. 이때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자식들을 거둬 최고 후원자가 돼 자식의 앞길을 터 준다면, 아버지로서 전쟁에 나가서 적의 침입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설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신라의 병사들에게 백제나 고구려보다 더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 마복자라는 제도가 가장 약체였던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게 한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전쟁 중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자식이 나보다 더 훌륭하게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융합적인 사고를 가진 신라다운 ‘마복자’ 제도를 보며 오늘날의 인구정책의 방법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자체마다 주소 옮기기를 장려하며 일회적인 유인책도 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를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이때, 우리 시·군·도에 전입하라는 것은 다른 시·군·도에서 인구를 빼앗아오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얄팍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보이기식 인구정책이 아닌 살기 좋은 마을, 사람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행복한 곳에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돼있고, 행복한 사람은 2세를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인구소멸 정보에 따라 대한민국이 100년 후면 사라질 것이라는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회적이고, 일시적인 인구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놓는 것을 우선 멈춰보면 좋겠다. 지금 지자체와 국가가 실시하는 인구정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는 많이 낳고, 더 영입하려는 것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군민, 시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현재 삶의 만족도에 대해 조사와 함께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은 다소 어렵더라도 내 사후에도 국가를 믿고 안심하고 자식을 맡겨 놓을 수 있는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뢰를 주지 않는 국가와 도, 시, 군 행정가와 정치인들을 믿고 어떻게 내 자식의 앞날을 맡길 수가 있을까? 게다가 혼자 살기에 최적화된 조건이 갖춰지는 21세기에 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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