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방역 안전국가들과 협약을 맺고 출입국 시 격리조치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이른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국가로는 방역상황이 안정적인 싱가포르,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취해지는 이번 조치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일상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그러나 대구지역 여행업계는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발끈했다. 지역 업계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먼저라는 것이다. 사적 모임 금지 등으로 현재 5인 이상 단체는 국내 여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존망의 기로에 선 여행업계로서는 당연한 반발이다.

지역 여행사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해외 단체여행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겠지만 지역에까지 온기가 전해지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더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여행 정상화까지는 앞으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 여행사들은 그때까지 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구지역 여행사는 전체 600여 곳 중 80%가 문을 닫은 상태다. 대부분 업체가 고사 상태에 빠져 온라인과 전화로 필요한 연락만 하는 상황이다.

국제선 노선 재개시점도 불투명하다. 현재 대구국제공항의 해외노선은 중국 심천 1곳뿐이다. 대구여행사 비대위 관계자는 “노선이 없는데 어떻게 해외 단체여행을 가느냐”고 반문했다. 항공료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편도 항공료가 180만 원선이라고 한다. 코로나 이전 왕복 30만 원선에 비하면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단체여행이 재개되더라도 항공료 때문에 여행상품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질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정부의 트래블 버블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업체들의 화만 돋울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해 업계를 지원할 마음이 있다면 그에 앞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단체여행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단체관광 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관광 수요가 늘어나면 경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만 생각하지 말고 정말 필요한 부문에 지원금을 우선 배정하는 것이 옳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코로나19 방역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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