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한 낮에는 뙤약볕에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중년 여성이 오후 진료시간에 찾아왔다. 그 나이대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날씬한 체구에 얼굴 군데군데 약간 주름진 모습이 있었지만 건강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어 보이는 듯 했다.

그런 그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꺼진 관자놀이와 볼, 그리고 팔자주름이었다.

꺼진 부위는 자신의 지방 일부를 빼서 통통하게 채워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찾아왔다고 한다.

지방을 뺄 수 있을 만한 아랫배와 허벅지에 살이 좀 있는지 물어보고, 간호사에게 확인하게 했더니 다소 마른 모습이라 빼낼 만 한 지방이 없어 보인다고 귀띔해준다.

환자에게는 몸에서 뺄 만한 지방이 별로 없어 한 번 밖에 이식할 수 없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

그랬더니 그 환자는 “요즘 지방을 줄기세포로 늘려서 이식하면 된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병원들이 많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과거에는 카페나 블로그, 광고성 기사에서 정보를 얻고, 최근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들어 다양한 개인방송들이 새로운 시술이나 수술법이라면서 여러 가지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내곤 한다. 심지어 집집마다 방송되는 케이블 방송에 가장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홈쇼핑과 건강, 의료상담 방송이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에서와 같이 시술되는지, 또 검증된 사실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무리 줄기세포로 배양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지방이 있어야 시술이 가능하다. 주사기 하나 정도의 양으로 수십 혹은 수백 배로 양을 늘릴 수는 없다.

그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는 된다는데, 왜 여기서는 안 되냐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갔다. 며칠 뒤, 전화기 너머로 그 환자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줄기세포를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 한두 군데를 방문해 상담을 해봤는데, 어느 병원도 자신 있게 시술 할 수 있다는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더라고 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질문해 봤더니 시술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결국 그 환자는 지방이식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다시 찾아왔다. 논의 끝에 뺄 수 있는 지방을 최대한 채취하고 나머지 모자란부분은 보형물과 필러로 대신하는 시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술 당일, 아픈 것이 가장 두렵다는 환자의 부탁대로 수면마취와 국소마취로 수술 부위의 통증을 최대한 줄여준 다음, 복부, 옆구리, 허벅지에서 최대한 안전한 범위 내에서 지방을 빼냈다.

빼낸 지방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해서 준비해 둔 다음, 먼저 깊이 패인 팔자주름 부위를 보형물을 넣어 메꿨다. 그 뒤 남아 있는 팔자주름과 볼살, 관자놀이는 미리 채취해 뒀던 지방으로 메웠다.

며칠 뒤 실밥을 빼던 날, 이식한 부분의 모양이 잡히면서 패여 있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환자를 마주했다. 꺼진 곳이 절반 이상 메워지고 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모습에 함께 온 지인도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안심이다.

살짝 처져 주름이 남아 보이는 부분은 다가오는 가을, 주름을 당기는 수술로 교정해 주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환자는 돌아갔다. 주름을 당겨주고 나면, 적어도 몇 년은 젊어 보일 것이라 이야기해줬다.

우리 주변을 떠도는 수많은 부정확한 정보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얼마나 믿고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진실과 가짜를 스스로 구분해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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