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란 말도 있다. 상황을 외면하면 정책이 겉돌거나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구미시의 청사 내 1회용품 반입 전면금지 조치가 그런 느낌이다.

구미시가 1일부터 청사 내 1회용품 반입 금지에 들어간다.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1회용품 사용실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키로 하는 등 시행 방침도 밝혔다. 시의회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례제정에 나섰다.

바람직한 정책이고 적극 권장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입금지를 시행할 때가 아니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수백 명씩 발생하고 있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극성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5인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지속되고 있다. 소규모 식당들은 1회용기에 담은 음식 배달로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구미시의 1회용품 반입금지가 본격 시행되면 청사 주변 음식점들은 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날벼락이 따로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매장 손님이 끊긴 음식점들은 배달이 주수입원이다. 음식점 대표들은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할 구미시가 아무런 협의조차 없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민세금으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상황에서 주민 편에 서야 할 자치단체가 영세 음식점의 숨통을 죄는 1회용품 반입금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환경보호가 시급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코로나 극복보다 우선 순위가 앞설 수는 없다. 구미시가 우선 순위를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회용품 줄이기는 시기를 좀 더 늦춘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세 음식점은 다르다. 지원 정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규제가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정책은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영세 음식점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1회용품 반입 규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정책의 뜻이 아무리 좋아도 시기 선택이 잘못되면 빛이 바래게 된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 논란이 일자 구미시는 반입금지 조치를 강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구미시는 청사 내 1회용품 반입금지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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