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녹 원장
동조화는 거시 경제학적 입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둘 이상의 국가에서 환율, 주가, 금리, 경기 등의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말로 커플링(coupling)이라 불리며 미국 중심의 경제 상황이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에 동반적 영향을 주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 증시의 등락에 따라 국내 증시의 동반적 등락현상이 그것이다.
최근 일간신문 및 방송매체, 그리고 SNS를 떠들썩하게 하는 기사는 단연 한강공원 ‘손정민 씨 실종, 사망사건’이다. 4월 30일 밤 10시 이후 친구와 한강 공원서 술을 마신 이후 손 씨는 실종 5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지난 5일 발인이 있었지만 수많은 의문 속에서 사망에 대한 원인 규명에 미흡한 경찰을 질타하고 있다.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이지만 온라인상의 핫이슈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 11일자 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 범죄학 연구소장 염건령씨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 현재 상황과 대비해 봤을 때 지금 피해자가 나와 어떻게, 얼마나 교차점이 또는 일치점이 크냐가 그 사건이나 기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데 영향을 미친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심리적 동조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기도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흔히 안전한 공간으로 선택하는 한강 둔치이기에 더더욱 충격적인 것이며 수많은 시민들이 밤낮으로 보내온 친밀한 공간이란 점은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불러 오는 단어가 ‘확증편향’이다. 이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고 고집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이라 하겠다. 1960년대 행해진 ‘실험심리학’에 따르면 확증편향은 ‘원하는’ 결과가 있을 때 자신의 원래적 신념에 따라 관찰과 경험을 편향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참’이란 전제는 그에 합당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에도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특히 자신의 믿음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정치적 문제에서 확증편향으로 드러난다. 분명한 객관적 사실을 마주하면서도 그것을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확증편향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하물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조차 의심하고 거부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재미난 사실은 과학적 탐구나 통계학 분야에서조차 확증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귀납적 방법을 통한 연구에서 ‘원하는’ 결론을 전제한 경우 그것에 유리한 결과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이미 객관성을 상실한 것임이 분명하다. 가설에 대한 ‘참’이라는 전제는 피드백을 통한 가설의 수정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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