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세대를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하는 자유분방함과 그 기발함은 우리 세대와는 다른 에너지를 보는 듯해 기분이 좋지만,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현실은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오죽하면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가정 꾸리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조차 지금의 20·30세대들에겐 스스로가 얘기하듯 ‘야무진 희망’이 됐을까.

최근 발표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대구지방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한 사람 중에 20, 30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월별로는 2020년 12월 6.9%에서 2021년 1월 7.5%, 2월 8.0%, 3월 10.5%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개인파산 신청은 사업하다 실패한 중장년층이 많이들 한다고 알고 있는 상식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가상화폐나 주식 시장에 올인하는 청년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치솟는 집값과 이에 못 따라가는 급여 등 답답한 현실에서 오는 미래의 불안감과 절박함이 혹여라도 청년들을 이런 투기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구·경북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연루자가 늘어나고 있다. 애초 의혹이 제기됐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임직원 외에도 일반시민, 공직자, 정치인 등으로까지 그 대상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수사기관에 불려갈는지 걱정스럽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시기에 파산 신청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나, 세상 물정에 너무 밝아 돈 버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중장년층이나 모두 돈만 벌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세태가 반영된 듯해 기분이 씁쓰레하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의 제조업체 160곳과 건설업체 50곳 등 210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2/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제조업체들은 2분기에는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거로 전망했다 한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이번 2분기 BSI 지수는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도 또 덩달아 걱정도 생긴다. 경기가 좋아져 일감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들은 그만큼 인력을 더 채용하게 될 텐데, 이게 과거 경험상 지역에서는 반드시 좋기만 한 건 아니더란 말이다. 문제는 눈높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역 기업들은 꽤 오랫동안 급여나 복지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아무리 기업이 채용 규모를 늘린다 한들 청년 일자리가 는다고 평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사실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어제오늘이나 특정 분야만의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현상이 산업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심각하고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IT업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구의 관련 기업들은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애를 먹는다고 한다. 경력이 좀 되는 쓸 만한 직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서울이나 수도권 기업으로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있는 일감조차 쳐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규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대학을 갓 나온 관련학과 졸업생들은 지역 기업은 아예 외면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넥슨, 크래프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에 취업하게 되면 높은 연봉 외에도 최신정보 접근성, 고급기술 습득 기회 등 다양한 이점이 따라오는 현실에서 지역 기업들이 채용 시장에서 수도권 기업들과 경쟁하는 건 애당초 꿈도 못 꿀 일이란 것이다.

지금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돈 되는 것이면 뭐든 하는 기성세대들의 행동을 보면서, 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지역의 현실을 몸으로 부대껴 가면서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역의 기성세대들은 지금 이곳에서 그들이 어떤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그 토대라도 닦아주고 있는가.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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