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된 스팅크 아저씨, 박하잎 흩어지다, 내 눈을봐!||아이들에게 세상 살아가면서 진정

아이들은 때묻지 않고 순수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성장 동화, 소설이다.

책의 저자가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과 동심을 그려낸 책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진정 원하는 가치와 도덕적인 교훈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지녀야 하는지 되짚어 보게 한다.

◆스타가 된 스팅크 아저씨

데이비드 윌리엄스 지음/크레용하우스/280쪽/1만3천 원

영국 최고의 이야기꾼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숨겨진 명작이 나왔다.

이 책은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 동화로 2009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뮤지컬과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로 제작될 만큼 영국 내에서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지독한 악취로 내면의 슬픔을 감춘 스팅크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스팅크 아저씨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노숙자이다.

클로에는 차를 타고 학교에 갈 때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스팅크 아저씨를 보며 어떤 비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저씨의 과거에 숨겨져 있을 법한 이야기를 상상하다가 어느 날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다. 그런데 풍기는 냄새와는 다르게 스팅크 아저씨의 말투는 당당하고 위엄 있으며 행동에는 기품이 있다.

클로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스팅크 아저씨에게 털어놓고 마을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스팅크 아저씨를 도우며 우정을 쌓는다.

독특한 설정과 상상력으로 어린이들을 매료시키는 데이비드 윌리엄스가 이번에는 노숙자와 한 소녀의 우정을 그려 냈다.

더러운 옷차림에 씻지 않아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지만 클로에는 스팅크 아저씨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고, 스팅크 아저씨는 클로에의 재능을 처음으로 인정해 줬다.

책은 비록 냄새나는 노숙자이지만 고귀하고 편견 없는 마음을 가진 스팅크 아저씨로 인해 살아가는 데 있어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선거와 허영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놓치지 않고 더욱 엉뚱하고 유쾌하게 전개되면서 속이 뻥 뚫리는 듯 한 시원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책들은 영국에서만 400만 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전 세계 48여 개 나라에도 번역돼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머와 재치로 가득한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매혹적인 책은 어린이들에게 읽는 내내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따스한 감동과 도덕적 교훈을 잃지 않는다.

◆박하잎 흩어지다

권영희 지음/학이사/176쪽/1만1천 원

여행가인 동화작가 권영희의 신간 서적이 나왔다. 저자는 외국을 여행하면서 단순한 구경거리나 기념사진의 배경으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현지 아이들의 삶에 주목한다.

이 책은 세계 각국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눈물겨운 모습은 어느 나라나 모두 같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모두 일을 하고 있지만 고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의 맑은 눈빛에는 여전히 사랑이, 꿈이 있다.

책에 담긴 저자의 따스한 시선은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삶의 현장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아픔과 일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다독인다.

총 11편의 단편 동화는 서로 다른 11곳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는 곳도, 환경도 다른 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제각각이다.

모로코의 페스에 사는 마호메트는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가업을 이어 가죽염색 장인이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지독한 냄새에 적응하기 힘들어 콧구멍 가득 박하잎을 꽂긴 했지만 가죽염색을 할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른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근처에 사는 쌍둥이에게도 가업이 있다. 호수를 건네주는 배 플레트나를 운전하는 것.

하지만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멜라니아는 플레트나의 후계자가, 미하는 제빵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무시당한다.

베트남 다낭에 사는 롱은 트로트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전쟁 때 남편과 아들을 잃고 다리를 다친 할머니는 쌀국수 장사를 하다 롱을 만나 함께 살게 됐다.

이 책은 다양한 나라, 다양한 환경, 다른 꿈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

삶의 현장에서 실수하고 좌절하면서도 희망을 꿈꾸고, 과거에 얽매이다가도 미래를 본다.

책에서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행복을 꿈꾸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들의 맑은 눈빛을 가려 버리는 어른들의 행동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내 눈을봐!

안드레우 마르틴 지음/푸른숲주니어/183쪽/1만 원

이 책은 디지털 중독 시대를 치밀하게 상상하고 날카롭게 예고하는 SF 스릴러다. 디지털 중독 시대의 명암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 첨단 과학 스릴러이자 추리 소설이다.

기존 청소년 소설의 문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점이 인상적이다.

디지털 중독, 대기업의 횡포, 부패한 공권력, 계급 격차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 속도감 있게 담아 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휴대폰 중독에 빠져 있다가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 오프라인에서의 관계 맺기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되찾아가는 아르다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중심축이다.

부와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지배 계급의 야욕을 파헤치고 위기에 빠진 아르다를 구하기 위해 종횡 무진하는 정의로운 경찰, 베아트릭스 경감의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이 된다.

여기에 아르다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조르드나 라이트처럼 불의 앞에서 눈을 감지 않고 옳다고 생각한 일을 실천하는 용기를 낸 보통 사람이라는 것 또한 깊은 울림을 주는 지점이다.

숨 가쁘게 교차하는 두 이야기를 따라 집중력 있게 결말로 나아가는 동안, 독자들은 기술 발전의 양면성부터 감시와 통제, 사생활 침해가 근 미래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곰곰 되짚어 보게 해 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부정하거나 역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인간성의 회복을 통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타인의 눈을 바라보고 진솔하게 감정을 나누며, 휴대폰 속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을 위해 연대하고 깨어 있는 것 등을 콕 짚는다.

책은 그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 낸 작품이다. 우리가 선 자리가 어디쯤인지,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지 묻고 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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