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또 돈만큼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옛 속담 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근래 그 원래 뜻이 많이 변질돼 쓰이는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함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토부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 이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탓에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대구만 해도 평균 13.14%, 경북은 평균 6.30%가 상승했다. 지난해 두 지역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체감상승률 측면에서 당연히 더 크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사실 수도권과 달리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이 많지는 않다. 대구가 전체 공동주택 65만여 호 중 9천106호로 1.4% 수준이고 경북은 아예 없다. 다만 공시가와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보료 등의 세 부담은 늘 가능성이 있다.

이런 통계상 지표와 달리 시민들의 불만이 큰 데는 얼마 전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LH 땅투기 사건도 한몫한 것 같다. 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땅투기를 한 사건인데,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 딸려 나오듯 연일 관련자들이 늘고 교묘한 투기 방법도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어디 우리 사회에서 이들뿐이겠는가 마는, 일단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를 다짐하며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이와 보조를 맞춰 지방정부도 소속 공직자나 산하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부동산투기 조사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경찰도 첩보와 제보를 토대로 땅투기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성난 민심이 이런 후속 대응으로 얼마나 가라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공시가 6억 원 이하인 전체 주택의 92.1%는 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감소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공시가를 대폭 올려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보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라며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그의 말이 채 8%도 안 되는 국민의 보유세 증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소린지, 아니면 92%를 위해 8%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말인지 정확한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 단순하게 숫자 비교로만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아파트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내 집만 오른 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올랐는데 어떻게 재산이 늘었다고 좋아할 일이냔 말이다. 그나마 근로 수입이라도 있는 이들은 공시가 상승 탓에 오른 세금 낼 돈이라도 있겠지만 은퇴 이후 수입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적든 많든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면 그게 또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권은 땅투기 사건이나 공시가 발표로 후폭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땅투기 사건으로는 2012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불발 책임론이 나오고 있으며, 공시가와 관련해서는 정권과 집권당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신도시 정책은 발표만 하면 그곳에 이미 투기 세력이 들끓고 임대차 정책으로는 전세 물량 감소와 가격 폭등만 있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뭣이 문제일까. 일각의 주장처럼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 탓인가, 아니면 돈을 좇는 인간 본능을 탓해야 할까. 지금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민은 모두 고민이 많다.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을 따라갈 수 없어 좌절하고 있고,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은 종부세에다 양도세까지 겹쳐 출구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며, 대다수 1주택 보유자들도 오르는 세금 부담에 이래저래 걱정이 늘고 있다.

부동산 때문에 어수선한 요즘, 정치의 역할이 과연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LH 땅투기와 관련해 전체 국회의원과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공직자, 선출직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정치권이 급박하게 현안 수습에 나선 모습인데, 이에 대한 1차 평가는 내달 치러지는 선거에서 내려질 것 같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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