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뿐일까?

발행일 2020-11-04 10:42: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의사가 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수많은 환자들과 면담 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를 스쳐 지나간 환자들의 모습을 마치 내가 관상을 보는 사람이라도 된 듯, 얼굴을 평가하고 보완하는 일을 해 온 셈이다. 그럴수록 ‘자신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각자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인상이 있듯이 현재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모르게 겉으로 투영돼 드러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수 개월 전 한 중년여성을 수술하게 됐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겼는데, 윗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내려오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것을 교정하기 위해서다.

직장인인 그녀에게 눈 수술만으로는 눈 인상이 너무 바뀌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눈썹과 눈을 함께 수술하는 방법을 권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는 내내 어딘지 모르게 얼굴에 그늘이 져 있는 것을 느꼈다. 상담을 마칠 즈음 지나가는 말처럼 질문을 했다. “혹시 다른 병원 약을 먹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결국 신경정신질환 약을 여러 알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랴부랴 처방을 한 병원 의사와 상의해 무사히 수술을 마치게 됐다.

실밥을 제거하는 날, 상태를 보니 좌우가 다르던 눈 모양도 같아지고 눈동자도 훨씬 커져서 뚜렷한 눈매를 갖게 됐다. 그리고 눈빛도 바뀌면서 훨씬 자신감 있는 눈으로 변했다.

그제서야 그 여성은 자신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서 이제 좀 더 밝고 자신감 있는 얼굴로 살 수 있도록 자신이 바뀌어야겠다고 이야기 했다. 결과야 두고 봐야겠지만 좋은 일 하나 한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오래 전 인중수술을 받았던 젊은 여성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얼굴을 맞이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고 마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낯선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예전, 수술할 때의 모습을 찾아 봤다. 예전의 자연스럽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찾아볼 수 없고, 어색해진 모습만 남아 있었다. 수술한 티가 너무 많이 나는 강남스타일의 얼굴이 된 것이었다.

나에게 수술을 받고나서 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 유명 성형외과 여러군데를 찾아 다니면서 시키는 대로 여러 가지 수술을 하게 됐다고 한다.

눈, 코, 안면윤곽, 턱 등 많은 수술을 큰돈을 들여서 하고 나니, 마치 인형 같은 모습이 됐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굳어져 버렸고 피부의 감각은 이상해져 마치 두꺼운 석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됐다.

이 모습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혼란이 시작됐다고 한다.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어 약에 의존하게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고민 끝에 나를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원래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술을 하고 싶다고.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너무 많이 지나와 버린 것 같아서 손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내 얼굴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오면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당신다운 얼굴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되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색해한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얼굴이야 부모님께 물려받은 대로 생긴 것이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얼굴은 자신이 살아온 자취를 따라서 조금씩 변한다. 자신의 성격, 이미지, 인상, 인생이 담긴 자신만의 얼굴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얼굴로 신기하게도 변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라는 말은 자신의 인생이 담긴 얼굴은 자신이 변화시키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 속에 숨어있는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내서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아름다움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성형외과 의사의 몫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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