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개 부처에 대한 6.30 개각만큼 말이 많았던 개각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것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차기대권주자들이란 점이다.

따라서 이들이 입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고 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삼고초려에도 불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게 순리’라는 명분하에 각료제청권 행사를 고사, 여권의 새로운 당∙정∙청 진용 개편이 한달이상 연기됐었다.

설상가상으로 차기 대권고지의 유리한 길목으로 인식돼온 통일장관 자리를 놓고 정, 김 두 진영간에 벌어진 신경전과 알력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감정의 골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숱한 난관과 진통 끝에 부장관에 정동영, 보건복지부장관에 김근태 라는 구도로 어렵사리 가닥이 잡히긴 했지만 어느 자리가 대권고지 점령에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통일부장관이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왜냐하면 21세기 통일시대를 맞아 통일분야 경험을 쌓을 경우 대국민 이미지 고양이라는 측면에서 선점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여타 부처에 비해 통일부는 장관에게까지 책임이 소급되는 대형 사고가 거의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측면 보다는 국가안보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관련한 고급정보에 수시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만큼 차기 국가운영을 꿈꾸는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게 없다는 견해도 있다.

즉 통일장관은 매주 목요일 개최되는 NSC(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 고정 멤버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각종 안보현안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NSC 핵심인사들을 비롯한, 상임위 멤버 등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과도 교분을 쌓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권에서만 맴돌던 자신의 인맥을 크게 넓히는 배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필요시 소집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에도 참석하게 돼 노 대통령과의 신뢰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정동영 통일장관이 일단 김근태 보건복지장관에 비해 한걸음 앞서나가는 형국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깊은 생각과 준비없이 통일장관직을 맡았다간 김정일 위원장 등 노련한 북한측 고위인사들의 노림수에 걸려들어 낭패를 당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부는 하루가 멀다할 정도로 핫 이슈들이 터져나와 장관이 자칫 중도하차할 우려가 있으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만 갖고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나온다.

우선 약대 6년제를 둘러싼 한약사회와 의사협회간 첨예한 대립을 비롯, 국민연금법 개정안 논란, 불량만두 등 유해식품 파동, 담뱃값 인상 논란 등 대형 쟁점들을 잘 해결하기만 하면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 고양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 전의장이나 김 전 원내대표는 단순히 희망부처를 맡게됐느냐를 둘러싼 순간의 기쁨과 아쉬움보다는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국민들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심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박상신기자 lucky-pss@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