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은 2일 노무현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을 계기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면 빠르면 주중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야는 파병동의안의 처리가 늦어지는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병안의 지연은 정치적으로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현실인식 아래 가급적 조기에 매듭 짖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통과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반전. 평화모임` 소속의원들은 릴레이 농성을 펼치며 파병반대 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사회단체를 비롯한 재야단체도 반전운동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주말을 계기로 정치권의 반전무드는 한풀 꺾여졌다는 평이다.

◇청와대=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참모들과 구수회의를 거듭하면서 국회 국정연설에 담을 파병동의안의 언급수위를 조절하는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연설에서 한미동맹관계를 확고히 구축하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 파병은 불가피한 선택임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이 총동원되어 파병 반대의원들을 만나고 있으며 `친 노무현` 신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의원들에게 전화통화 등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비교적 지근관계를 유지했던 의원들이 반전대열을 주도하고 있는 부분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노 대통령의 진심은 파병반대로,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로 하여금 `천하대란`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 야당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설득작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 민주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2일 국정연설 직후 파견동의안을 처리키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소속의원의 설득작업과 대야 조율을 병행하고 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당무회의에서 "2일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들은 뒤 파병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면서 "파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본인과 당 3역, 청와대가 노력중이며 주말을 계기로 의원들의 분포가 찬성 쪽으로 집약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그동안 입장표명을 유보했던 정동영 상임고문, 임채정 김덕규 의원 등이 찬성쪽 입장을 정리했으며 조순형 의원은 개인성명에서 "파병 결정은 우리 정부의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 되어 있으며 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았을 경우 대외적 영향과 국가적 손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찬성 배경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근태 김영환 심재권 의원 등 `반전. 평화모임` 소속 의원들은 여전히 파병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으며 오는 2일 초찬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열어 파병동의안 처리와 관련 노 대통령의 2일 국정연설을 지켜보기로 하는 한편, 민주당의 적극적인 처리 의사를 거듭 촉구했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파병에 대한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을 요구하면서 "야당인 우리가 찬성하고 반대로 집권여당이 반대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당이 총대를 매고 악역을 맡아야할 하등에 이유가 없으며 파병동의안의 처리는 오직 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파병관련 국론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노 대통령이며 국정연설이든 TV토론이든 확실한 파병의지를 보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 같은 야당 측의 요구는 노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파병의 불가피성과 의지를 강도 높게 피력하고 동의를 구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한나라당은 파악하고 있다.

이용관기자 yk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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