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 차질 왜 비롯됐나

발행일 2003-03-31 20:18:1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농산물의 공급물량과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의 불협화음,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의 중재능력 부재 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중도매인들이 지난 30일부터 도매시장의 실질적인 운영정상화를 요구하며 산지 물량 수집을 전면중단하면서 이날 대구시내 주요 채소류의 반입량이 평소보다 1/3 이하로 감소했고 31일에는 경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농산물 물량수급 차질과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

△물량수급 차질 실태= 이번 사태로 물량 수급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품목은 무와 배추, 양배추, 대파 등 서민 가계와 매우 밀접한 채소류다. 이들 품목은 현재 대구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현행 농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도매법인이 산지로부터 물량을 수집하고 중도매인은 분산역할만 하도록 되어 있는 비상장 거래 제외품목이다.

따라서 도매법인이 산지로부터 도매물량을 100% 수집해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이나 소매상인들에게 공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도매법인들의 물량수집 능력이 떨어져 전체 물량의 80-90% 가량을 중도매인을 통해 수집해 거래해 왔다.

하지만 결국 중도매인들이 이같은 잘못된 거래관행의 개선을 요구하며 물량수집을 전면 중단하면서 물량수집에 차질이 빚어졌고 평소 5t트럭 60대분 정도이던 채소류 반입량이 30일은 18대분이 반입되는데 그쳤고 31일은 고작 8대분의 물량만 출하돼 이 가운데 농협공판장에서 2대분만 경매가 진행됐을 뿐 나머지는 경매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채 되돌아가 경매가 사실상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현행법과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과 법제도의 괴리에서 비롯됐으며 관리사무소의 중재능력 부재, 도매법인과 중도매인간 대립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농안법과 대구시 조례상 중도매인이 수집한 배추와 무, 물량을 거래하는 경우 중도매인은 수집역할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어 도매법인이 수집한 것처럼 위장경매(형식경매)가 이뤄진다. 이같은 거래는 이미 관행화되어 있어 이미 수차례 경찰에 의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불법경매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아왔고 관련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불법경매의 가능성은 상존하게 된다.

△대책= 현재 비상장거래 제외 품목인 배추, 무, 양배추 등에 대해 상장경매와 비상장거래를 병행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도매법인이 이들 품목의 물량수집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중도매인이 수집한 물량의 비상장거래와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 또 도매시장관리사무소가 적극적인 중재와 제도개선 노력에 나서야 하며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모두 산지 출하주와 소비자의 이익 보다 자기의 이익을 고집하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우성문기자 smw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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