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자리를 탐하지 말라.’ 타이거 우즈(미국)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패권을 차지하면서 ‘황제’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혔다. 자타공인의 최강자 이지만 유독 이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우즈는 이날 우승으로 지난 4년간 지켜온 상금왕 자리를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우즈는 또 이날 우승으로 WGC 4대 이벤트인 매치플레이챔피언십, NEC인비테이셔널, 아멕스챔피언십, EMC월드컵을 처음으로 모두 석권함으로써 ‘그랜드슬램’ 타이틀도 보너스로 챙겼다.

그러나 우즈에게 더욱 뜻깊은 매치플레이 우승의 의미는 무릎 수술 후 두달간의 공백기간에 그의 자리를 위협했던 경쟁자들에게 건재함을 확실하게 알렸다는 것.

특히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맞대결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엘스가 이번 대회 ‘이변의 희생양’이 된 반면 우즈는 이변의 변수들을 완벽에 가까운 샷과 정교한 퍼팅으로 제거하며 우승 고지를 밟아 엘스의 ‘제위 찬탈’이 아직 멀었음을 간접적으로 나마 입증한 셈이다.

또 복귀전인 뷰익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상금랭킹 5위로 뛰어 올랐던 우즈는 이날 105만달러를 더해 시즌 상금 2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엘스를 3위로 밀어내고 상금랭킹 2위로 올라선 우즈는 상금왕 5연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우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실력이 전보다 더 탄탄해졌음을 알려 ‘우즈 공포증’ 확산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결승에 앞서 치러진 5차례 경기 가운데 준결승만 제외하고 모두 18홀 이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승전 35홀을 포함해 6차례 경기에서 우즈는 고작 112홀 밖에 뛰지 않았다.

이는 5년째 맞은 이 대회에서 새로운 기록이다.

더구나 우즈는 꽤 어려운 코스로 정평이 나 있는 라코스타리조트골프장에서 112홀 동안 보기는 5개에 불과할만큼 5일 내내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주 닛산오픈에서 다소 우려를 자아냈던 드라이브샷도 제 자리를 찾았고 퍼팅은 오히려 수술 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

칩샷 버디와 벙커샷 이글을 만들어낸 그린 주변의 쇼트게임도 경쟁자들을 떨게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우즈에게 남은 것은 올들어 PGA 투어 2승을 비롯해 4승을 올리며 1인자 자리를 넘본 엘스와의 맞대결에서 보란듯이 승리를 거두는 것.

이번 대회를 통해 ‘간접대결’에서 앞섰지만 같은 대회에서 자웅을 겨뤄 엘스를 제압해야 하는 과제는 한동안 미뤄질 전망이다.

우즈는 7일부터 열리는 유럽투어 두바이클래식 출전을 포기, 엘스와의 대결이 무산됐고 포드챔피언십과 14일 개최되는 혼다클래식 등에도 빠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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