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만큼 ‘크고, 중요한 이벤트’다.대구시와 8개 구·군청, 경북도와 23개 시·군에서 지방선거가 일제히 실시된다. 시·도교육감을 비롯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도 함께 뽑는다. 1년을 앞둔 시점이지만 대구·경북(TK)지역 출마예정자들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이번 선거는 3년 전인 지난 6·13 지방선거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당시에는 ‘촛불 정부’에 대한 강력한 지지 여론, ‘탄핵’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야당에 대한 심판 기류가 중첩된 ‘바람 선거’로 치러진 탓에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텃밭인 TK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하지만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민주당 지방 의원들의 일탈 등으로 인해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다만 변수는 있다. 지방선거 3개월 전인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지방선거의 ‘바로미터’ 격인 대선에서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야당 우세 기류가 또 한 번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런 상황 속 사실상 선거 레이스는 시작됐다. 어떤 인사가 이 레이스에 올라탈까. 대구와 경북 지역별로 현지 분위기를 짚어본다.〈1〉대구시장 대구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가 20명에 달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특히 국민의힘 전통적인 텃밭답게 야권에서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만 12명에 이른다.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 속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대구시장 출마 예정자가 난립하는 이유는 현 시장인 권영진 시장의 3선 도전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아서다.올해 초 권 시장은 “피하고 싶지만 대구 시민들의 뜻을 따르겠다”며 3선 도전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지만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지금까지 대구에서 3선을 한 시장이 없었다는 점도 난립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재선의 곽상도 의원(중·남구)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내비친 이후 지역민, 지역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매 주말 지역에 내려와 지역구를 관리하며 민심 몰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민으로 셀프투표 인증을 하며 비판을 받은 점이 공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재선의 류성걸 의원(동구갑)도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당 경제통으로 통하는 류 의원은 현재 대구시 정책 부문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3선의 김상훈 의원(서구)과 윤재옥 의원(달서을)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나 대구시장 도전에 소극적이라는 게 중론이다.원외에서는 경북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역임하고, 박근혜 정부 때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전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김 전 의원은 최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지난 총선 당시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으로서 동구을 선거에 출마했던 김규환 전 의원도 자신이 대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적임자임을 자처하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국가품질명장 김규환 대구경제 발전연구소’를 개원하고 하루 40~50명씩 만나며 민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걸프전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린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지난해 4·15 총선 이후 대구에 머물면서 일찌감치 표밭을 누리고 있다.지난해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서 출마한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을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도 출마 가능성이 높다.홍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복당하면 이 전 청장의 복당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곽대훈 전 의원과 정태옥 전 의원도 차기 대구시장 도전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인사 모두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탓에 복당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다만 이 전 청장이 복당되면 이들도 무난하게 복당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상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정상환 변호사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에서는 대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역임한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출마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홍 부시장 측근에 따르면 주변에 자신의 출마를 두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야당에 맞설 대항마로 추대될 경우 출마 가능성이 높다.김부겸 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김동식 대구시의원은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논하며 출마 채비에 나섰다.김 시의원은 “대구 경제가 정체돼 있는 것은 주류세력이 교체되지 않고 있어서다. 민주당으로 교체돼야 한다”며 “민주당 안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새로운 인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대구 북구갑 지역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교육감 선거에 나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 권영진 후보에 맞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임대윤 전 청와대 비서관의 출마도 예상된다.3년 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경선 문턱에서 탈락한 이상식 전 대구경찰청장과 지난 총선에서 생애 첫 선거에 나섰던 허소 전 청와대 행정관, 지난 총선부터 꾸준히 지역 출마가 거론되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지역 정가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높은 인지도와 현역 프리미엄을 업은 권영진 시장, 민주당에서는 홍의락 부시장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모두 출마해 공천을 받을 경우 현직 시장과 부시장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혜림 기자 lhl@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