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50대 중반부터 18년간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남긴 말이다. 보르헤스의 이 말은 도서관의 위상을 나타내는 수많은 표현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수사다.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에도 보르헤스의 표현처럼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제안이 나왔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최근 발표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위한 정책 제안서’가 그것이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정책 제안서를 주요 정당과 후보자에게 보내 선거공약 채택을 촉구했다. 도서관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기반시설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공공도서관 이용자는 1억7천500만 명으로 박물관, 미술관, 문화예술회관 이용자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도서관협회는 이같은 통계를 기반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도서관 정책을 공약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정책 제안서는 크게 정책 제안의 배경, 현황 및 정책 제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원할 수 있는 도서관 정책 개선의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현 정부의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서관 주요 현안에 대한 기사 목록 등이 추가돼 있다. 주요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첫째,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국민 1인당 도서 대출권수도 G7 평균보다 낮다. 도서관을 지식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핵심 문화기반시설로 규정하고, 다양한 정책 추진과 과감한 예산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서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청년층을 위해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특성화 교육을 도서관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셋째,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세계 각국은 폭력, 마약, 흡연이나 비만보다 더 큰 사회적 위협을 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주목한다. 스코틀랜드 등은 외로움을 방지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면서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고령자 친화 도서관정책을 통해 고령자의 빈곤과 디지털 문해력 등을 해결해야 한다.넷째, 도서관의 다양한 장애인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성과 정보 접근권 확보가 필요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침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교도서관 기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1만2000여 개 학교 중 사서교사 배치율은 13%에 불과하다. 문해력, 상상력, 창의력과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학교도서관을 위한 자원 투입이 확대돼야 한다.여섯째, 도서관에는 전문자격을 갖춘 사서와 사서직 관장이 있어야 하고, 도서관의 지적 자유가 꼭 지켜져야 한다. 도서관의 사서 수 부족과 열악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사서가 행복해야 도서관 이용자도 행복해진다. 일곱째, 대학도서관은 우리나라 연구와 교육 역량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위해 실효성 있는 도서관법 개정과 국가 R&D 발전을 위한 전문도서관법 제정도 요구된다.아무쪼록 한국도서관협회의 정책 제안서가 많은 후보자의 공약으로 채택되고, 그들이 당선된 뒤 정책으로 입안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2만2천여 군데 도서관과 10만여 도서관인이 주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천국 같은 도서관’에서 누구나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고, 만나고, 배우고, 경험하고, 창조하고, 놀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도록….김상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