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거리 곳곳에 고개를 든 꽃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의 사람들, 새 학년의 설렘으로 가득 찬 학생들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고 있으니, 봄이 온 것이 실감 난다.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을 소생시키며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는 마법 같은 계절이다. 창밖에 쏟아지는 기분 좋은 햇살과 그 아래 다채롭게 피어난 꽃들이 뿜어내는 향긋한 봄 내음까지, 봄은 어느 계절보다도 우리들의 외출 욕구를 자극한다. 하지만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황사와 미세먼지’다. 황사는 고대로부터 있어 온 자연현상으로, 사막 등 건조지역의 흙먼지가 강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는 내몽골고원, 고비사막 등이다. 겨울 동안 얼었던 건조한 땅이 봄이 되어 녹으며 부유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이때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강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떠오르고, 그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이동해 오면서 저기압 통과 후 하강기류에 의해 떨어지며 관측된다. 예로부터 황사가 한반도에 빈번하게 발생했음은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최초의 기록은 신라 아달왕 때 흙비를 기술한 내용을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흙이 비처럼 떨어졌다’라고 표현돼 있다. 고려 현종 때 흙 안개가 나흘 동안 지속되었다는 기록과 공민왕 때 7일간 눈을 뜨고 다닐 수 없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조선시대 인조 5년에는 하늘에서 피비가 내려 풀잎을 붉게 물들였다는 기록도 보인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크게 발원지, 발생원인, 성분 등에서 차이가 난다. 앞서 설명했듯 황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흙먼지 현상이라 주로 토양의 칼륨, 철분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미세먼지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국내외에서 발생하며, 자동차나 공장의 배출가스와 같이 화석연료 연소 등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로 이루어져 황산염, 질산염, 유해 중금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로 자연현상인 황사는 기상청에서, 미세먼지는 환경부에서 담당한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2014년부터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을 구성해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은 전국 30곳에서 황사 관측소를 운영해 실시간으로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를 감시하며, 천리안 2A호 위성영상 등을 통해 황사 발생과 이동 방향을 분석해 황사를 예보한다. 그리고 황사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될 때는 황사의 강도와 예상 지속시간에 따라 황사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00㎍/㎥ 이하인 경우는 환경부가 지자체와 연계해서 미세먼지 특보를 운영하며, 800㎍/㎥ 이상으로 2시간 지속이 예상될 때는 기상청에서 황사 경보를 발령하고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국민에게 전파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황사 발생일 수를 살펴보면 주요 15개 도시 기준 연간 평균 6.3일 황사가 관측되고 있다. 황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10년으로 12.7일 발생했고, 2023년은 11.6일로 두 번째로 많이 황사가 관측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경상도와 강원 동해안에는 연평균 6일 미만, 수도권에는 7일 이상 관측되었는데, 황사 발원지와 가까운 지역에서 더 많이 관측되고, 동해안과 경상도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지형적인 영향과 농도가 낮은 황사가 지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적게 관측되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발생 원인이 복합적이고 규모가 워낙 광범위하기에, 그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막거나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개개인의 대비가 중요하다. 기상청 날씨누리나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대기질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또 꼭 외출해야 할 때는 식약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돌아와서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등 보건 수칙을 따라야 하겠다. 봄날의 불청객인 황사와 미세먼지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에 귀 기울여 대비한다면 건강하게 봄날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