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이르는 12지지(地支)이다. 흔히 띠를 표시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12지지에 따라 정해진 날에 빚는 술이 있다. 삼해주(三亥酒)와 삼오주(三午酒)다.삼해주는 ‘정월 첫 해일(亥日) 해시(亥時)에 술을 빚기 시작하여 12일 후 혹은 36일 후에 돌아오는 해일 해시에 세 번에 걸쳐 빚는 술’이다. 해(亥)는 흔히 띠를 나타내는 12지지의 마지막 순서인 돼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삼해주는 음력 정월 들어 첫 돼지날(올해는 2월 17일)에 술을 빚기 시작하고 돌아오는 해일에 1차덧술, 또 그 다음 해일에 2차덧술을 하는 삼양주다.삼해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빚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집안마다 또 술빚기를 기록한 문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빚어왔다. 1450년경 전순의가 편찬한 산가요록 뿐 아니라 수운잡방(1540년)과 온주법, 주방문, 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양주방, 주찬, 역주방문, 시의전서 등 여러 고문헌에 기록되어 전해 오고 있다. 음식디미방(규곤시의방)에도 4종의 삼해주 빚는 법이 실려있을 정도다. 그만큼 전국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빚어왔던 술이라는 반증이겠다. 실제로 기록상으로 16종의 삼해주 빚는 법이 전해져오고 있다.일반적으로 우리술은 밑술을 한 후 덧술을 하기까지의 시간은 발효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2~3일 정도다. 하지만 삼해주는 돼지날(亥日) 밑술을 하고 가장 빨리 돌아오는 돼지날 덧술을 한다 해도 12일 지나야 했다. 이는 저온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삼해주는 섭씨 10℃ 정도의 저온에서 두 달 이상 장기간 발효를 하고 술을 거른 후 다시 오랜 기간 숙성을 해야 하는 술이다. 백일주(百日酒)라고 부를 정도로 술을 완성시키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려 실패하기 쉬운 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술 빚는 시기가 정월 첫 해일(亥日)로 가장 추운 시기여서 이때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시키는 술은 색이 맑을뿐더러 맛이나 향도 뛰어난 고급술이었다.더구나 밑술 한 번에 두 번의 덧술을 거쳐서 완성시키는 삼양주이기 때문에 그 옛날부터 양반층이 아니면 마시기 어려운 술이었다. 쌀의 소비가 많아서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삼해주를 증류해서 소주를 내려 마시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다. 특히 소주는 삼해주에 비해 양이 30%에 미치지 못할 정도여서 고급술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에 사대부 뿐 아니라 평민들까지도 삼해주를 빚어 즐겨 마시게 되자 당시로선 귀할 수밖에 없었던 쌀 소비가 많다는 이유로 금주령을 내려야 한다는 상소가 많았을 정도였다.삼해주가 정월 첫 돼지날부터 술빚기를 시작한다면 비슷한 의미로 정월 첫 말의 날인 오일(午日)에 술빚기를 시작하는 술도 있다. 삼오주(三午酒)이다. 정월 첫 말의 날인 오일(올해는 2월 12일)에 술을 담기 시작해 돌아오는 말의 날마다 덧술하여 만든 술이다. 술 빚는 방법으로 보면 사양주인 셈이다. 때문에 사오주(四午酒)라고도 한다.삼해주의 돼지는 예로부터 재물과 복, 건강, 다산을 의미했다. 때문에 삼해주를 즐겨 마시는데도 이런 의미를 담아서 마셨다. 요즘은 사업번창의 꿈을 이뤄주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삼오주는 말이 상징하는 출세, 권력, 힘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술도 이야기로 마시게 되면 더 고급스러워진다. 삼해주와 삼오주처럼 언제부터, 어떻게, 왜 만들어 마시게 됐을까를 브랜드에 담게 된다면 완벽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술을 빚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절기주로 알고 있던 삼해주와 삼오주가 비로소 인문학적 술로 재탄생하는 것이다.재물과 건강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권력이나 명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올해 설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삼해주와 삼오주를 빚어서 주변에 선물도 해봐야겠다. 재물과 건강의 의미를 담은 삼해주와 승진 혹은 성공의 의미를 담은 삼오주는 선물용으로도 훌륭한 술이겠다. 다행히 지난해 서울서 열린 삼해주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력도 있어서 올해는 더 좋은 술을 빚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이래저래 올 겨울은 바빠졌다.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