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이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동생인 지만씨(46)가 14일 낮 12시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변호사 서향희씨(30)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대표측은 당초 가족과 일부 친지들 중심으로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르기로 하고 결혼식 장소와 시간을 비밀로 했으나 식장에는 약 2천여명에 이르는 하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하객들 줄은 예식시간이 지나서까지 이어졌고, 식장에 들어가기 전 박대표와 지만씨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시작 1시간 전부터 100m 가까이 줄지어 기다리기도 했다.
자주빛 저고리와 연두색 치마의 한복으로 차려입은 박대표는 신랑 지만씨∙여동생 근영씨와 일일이 악수하며 하객들을 맞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박대표와 악수하고 등까지 두드리며 “옛날 생각이 나는구만”이라고 하며 감회에 젖었고, 박대표는 “일부러 이렇게까지 와주셔 감사드린다”며 맞았다.
손님들 가운데는 초중고등학교 동창생과 은사들도 찾았으며, 특히 육사 37기 동기회원 30여명은 둘러선 채 육사 응원구호(`무락카`)를 힘껏 외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지만씨는 신부의 손을 잡고 함께 입장했고, 예식은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의 주례로 기독교식으로 진행됐다. 수백명의 하객들은 식장 둘레에 선채 앞쪽 2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예식을 지켜봤다.
특히 신랑∙신부의 어린시절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으며, 박전대통령 내외와 박대표, 지만씨 등 가족들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이 비쳐지자 장내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박대표도 인삿말을 통해 “이 자리에 부모님께서 참석은 못하셨지만, 하늘나라에서 지켜보며 기뻐하실 것”이라며 “많은 분들 사랑과 축복 속에 결혼한 동생 부부에게는 행복하고 모범적으로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대표는 내빈에게도 “다가오는 새해 더욱 복된 한해 맞으시길 기원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신랑 지만씨는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 대위로 예편한 뒤 1991년 전기∙전자 제품의 자성 재료용 복합재료 등을 생산하는 ㈜삼양산업을 인수, 지난 2000년 코스닥 등록과 함께 회사명을 EG로 바꿔 이 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신부 서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99년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새빛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에는 박 전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박태준 전 총리 내외를 비롯,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 등 3공화국 시절 핵심인사들과 박준규∙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총리, 홍사덕∙이철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및 국무위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현역 의원 가운데는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등 10여명이 참석했으며, 황우석 교수와 방송인 유동근∙이정길∙김흥국씨 등도 자리를 빛냈다.
박연찬 기자 chan@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