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쓰지 않고 모아두는 기관’ 전국 10위권에 대구 중구, 서구, 남구가 이름을 올렸다.이들은 해마다 재정안정화기금에 수백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을 적립하며 1천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는데 구청 한 해 세출에 20~30%에 육박해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예산에서 남은 금액이며 재정안정화기금은 순세계잉여금을 모아놓은 일종의 저금통이다.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43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여유 재원(순세계잉여금+재정안정화기금) 비율이 세출 대비 20% 이상인 지자체를 확인한 결과 대구 중구가 39.1%로 전국 3위다.서구 29.7%로 6위, 남구는 28.7%로 7위를 기록했다.중구의 여유 재원은 총 1천239억 원(순세계잉여금 377억 원·재정안정화기금 861억 원)으로, 구청 한 해 세출 3천166억 원의 39.1%를 차지했다.서구도 1천525억 원(568억 원·957억 원)으로 세출 5천131억 원에 대비해 29.7%를, 남구는 1천356억 원(650억 원·706억 원)의 4천722억 원 대비 28.7%라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여유 재원 비율이 높아지는 주요 원인은 늘어나는 재정안정화기금 때문이다.재정안정화기금을 많이 적립하기 위해서는 순세계잉여금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초과 세입과 집행잔액이 크게 늘면서 함께 순세계잉여금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행정안전부의 부동산 교부세, 대구시의 일반조정교부금 등이 포함된 초과 세입은 최근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총세입이 많아지면서 기초단체에 교부되는 금액이 늘었고 집행잔액(예비비, 지출잔액, 보조금정산잔액 등)도 코로나19 시기 추진되지 못한 행사 및 사업 예산이 발생하면서 증가했다.중구의 최근 초과 세입금은 2019년 256억 원에서 지난해 377억 원으로 2년 동안 47.2% 증가했고 집행잔액도 106.3% 상승했다.서구의 초과 세입금+집행잔액은 2019년 297억 원(131억 원·166억 원), 2020년 381억 원(78억 원·30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6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남구도 2년 새 141억 원(21.6)이 올랐다.해당 기초단체들은 증가한 순세계잉여금을 통해 매년 200억~300억 원대의 재정안정화기금을 적립했는데 총액만 12월 말 기준 중구 1천149억 원, 서구 1천367억 원, 남구 964억 원이다.이에 반해 달서구 4억 원, 북구 220억 원, 동구 351억 원 등 타 기초단체의 안정화기금은 상대적으로 적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대구지역 한 구의원은 “총사업비 규모가 적은 기초단체일수록 안정화기금으로 적립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안정화기금으로 적립해놓으면 사용에 제약이 없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구청 관계자는 “순세계잉여금이 많아지고 안정화기금 규모가 구청 전체 세입에 비해 큰 건 사실”이라며 “안정화기금을 통해 대규모 사업을 구청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곧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